신천지 ‘인천 행사’ 대관 확정… 기독교계 맞불집회 추진

입력 2018-09-17 00:00
한 신천지 피해자가 지난 14일 인천시청 앞에서 신천지가 자신의 가정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설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18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개최하는 위장 평화행사 ‘만국회의’를 앞두고 신천지 피해자 가족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홍연호 대표)와 기독교이단대책협의회 등 8개 단체 30여명은 14일 인천시청 앞에서 ‘만국회의는 평화 목적의 행사가 아닌 교주 이만희(87)씨의 신격화 행사’라며 대관 철회를 요구했다. 이씨는 만국회의를 주최하는 ㈔)하늘문화평화광복(HWPL)의 대표를 겸하고 있다.

전피연은 만국회의가 이만희의 신격화에 초점을 맞춘 행사라고 지적했다. “신천지는 교주 이만희가 자신을 ‘재림예수 보혜사 시대의 구원자’라고 자처하는 종말론적 사이비 종교”라며 “행사를 열 때마다 50여개의 위장단체를 통해 공공시설을 대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신천지는 지난해 화성국민체육센터를 ‘너나들이’라는 봉사단체 이름으로 대관한 뒤 만국회의를 개최했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회장 진용식(안산 상록교회) 목사는 비슷한 시기 와스타디움의 대관이 취소된 점을 들어 대관 취소를 촉구했다. 진 목사는 “신천지는 안산 와스타디움에도 대관을 신청했지만 결국 취소됐다”며 “인천시가 신천지 집단에 대관을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신천지 피해자 가족의 호소도 이어졌다. 12년째 신천지에 빠진 딸을 찾고 있는 A씨는 “우리 가정은 신천지 때문에 이산가족이 됐다”며 “교주를 신격화하며 가정을 파괴하는 신천지가 한반도와 지구촌에 전쟁을 종식하겠다며 평화행사를 치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피연과 지역 교계는 규탄집회를 예고했다. 인천기독교총연합회(인기총·회장 이동원 목사) 이단대책위원장인 현문근 목사는 “대관이 철회되지 않으면 전피연과 인기총이 각각 대응에 나설 것”이라면서 “지난 6일 전피연에서 500명 규모, 인기총에서 1만5000명 규모의 집회 신고도 완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인천시설공단(이응복 이사장)은 대관을 취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단은 이날 오전 전피연 등에 보낸 공문에서 “리허설을 참관해 당초 행사 목적과 다르게 진행하는지 지켜봤지만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대관 취소로 인해 발생되는 손실을 감안할 때 취소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다만 인천시 관계자는 대관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백완근 인천시 체육진흥과장은 이날 국민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는 공공시설 대관에 대해 심사숙고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겠다”며 “내년부터는 신천지가 대관 요청을 해도 불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글·사진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