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80)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48·사진)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그가 이끌게 될 현대차그룹의 미래 청사진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승진 인사는 젊은 리더십을 통해 글로벌 판매 부진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그룹이 당면한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 시대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자율주행차, 커넥티드 카 등 미래자동차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배구조개편 문제는 숙제로 남아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2009년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에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그룹이 수석부회장 자리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현대·기아차외에 현대카드, 현대건설 등 그룹 경영 전반에 관여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위해 계열사들의 역량을 끌어모으고 미래 신성장 사업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는 16일 “수석부회장은 정 회장에게 그룹의 중요한 사안을 정리해서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그룹 경영과 관련해 기존보다 더 많은 권한이 부여된 자리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새로 수석부회장이 임명된 만큼 연말에 그룹 대규모 인사 등 후속 조처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현대위아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차증권 이노션월드와이드 등 55개사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간 현대차에서 미래차와 모빌리티 서비스 관련 혁신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협업과 적극적 투자를 진행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 업체 ‘그랩’ 등에 투자하면서 글로벌 모빌리티 사업에 뛰어들고 커넥티드 카 개발을 위해 이스라엘의 차량용 통신 반도체 설계 업체 ‘오토톡스’와 손잡는 등 20여개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 투자·협업에 나섰다. 이달 초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 2018’에서는 기조연설자로 나서 “현대차를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룹 계열사들도 미래차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독자 개발 중인 자율주행 센서의 정확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3차원 게임 영상과 딥러닝 등 혁신적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글로벌 전문가 영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브랜드 체험, 스페이스 마케팅 분야 최고 전문가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혁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17일부로 폭스바겐그룹 출신 코넬리아 슈나이더(54·여)를 고객경험본부 내 스페이스이노베이션담당 상무에 임명했다. 폭스바겐 그룹의 브랜드 체험관 ‘폭스바겐그룹 포럼’ 총책임자를 맡았던 슈나이더 상무는 현대차 브랜드 체험관인 모터스튜디오 운영과 스페이스 마케팅 관련 기획, 모터쇼 등 글로벌 전시회 기획 및 운영을 담당할 예정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자리 오른 정의선, 악화된 경영환경 타개·미래車에 역량 집중
입력 2018-09-1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