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세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선발대가 평양에 갔고 방북 대표단 면면도 발표됐다. 판문점에서 열린 두 차례 정상회담과 달리 공식 환영행사를 필두로 격식을 갖춘 다양한 일정이 2박3일간 진행된다. 두 정상은 앞선 회담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며 신뢰를 쌓았다. 이번 만남도 우호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금은 만남의 형식을 통해 보여주는 신뢰보다 평화를 위해 실질적 결과물을 내놓는 신뢰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을 준비하며 두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하나는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나아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북·미 비핵화 협상을 중재하고 촉진하는 것이다. 이는 수레의 두 바퀴와 같다. 한쪽이 앞서거나 뒤처지면 수레는 굴러가지 못한다. 국제사회의 이해관계와 얽혀 있어 그렇다. 한반도를 운전하는 최선의 방법은 두 바퀴의 균형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로 비핵화를 견인하는 구상을 말해 왔다.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관계는 비교적 순조로운 반면 비핵화는 교착 국면을 맞았다. 지금이 견인해야 할 때다. 뒤처진 비핵화 바퀴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일이 평양회담의 제1과제가 돼야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국제사회가 제대로 인정하지 않아 답답하다는 심경을 피력했다. 이번 회담이 답답함을 풀어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세계의 시선은 지금 평양에 쏠려 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아직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국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말한다. 돌파구가 마련되길 바라지만 성과가 손에 잡히기 전에는 제재를 이어갈 것이다. 비핵화를 하겠다는 북한과 체제 보장을 해주겠다는 미국의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는 까닭은 신뢰 문제에 있다. 믿을 만한 행동을 먼저 해보이라고 서로 요구하면서 틀어졌다. 북·미 사이에 부족한 신뢰를 남북의 신뢰와 한·미의 신뢰로 메울 수 있는 자리가 이번 평양회담이다. 문 대통령이 제시할 중재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전향적으로 접근하기 바란다. 김 위원장이 내세운 경제건설 목표에 이르려면 국제사회의 신뢰와 협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것을 얻어내며 한 걸음 더 나아갈 분수령을 맞았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
방북 대표단에 경제계 인사들이 많이 포함됐다. 4대 그룹 대표를 비롯해 기업인이 대거 동행한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평화가 경제고, 경제가 평화라는 생각에서 이렇게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핵화가 진전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남북이 윈윈할 수 있는 경제협력의 규모를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이들을 통해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실현되게 할 유일한 열쇠가 비핵화임을 분명히 인식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사설] 김정은 위원장, 이 기회 놓치지 말라
입력 2018-09-1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