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두 달간의 미국 생활을 마무리하고 15일 귀국했다. 공항에는 50여명의 지지자들이 나와 그의 귀국을 환영했다. 엎드려 큰절까지 하는 지지자도 보였다. 6·13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선택한 미국행이었지만 그의 귀국 모습은 흡사 개선장군 같았다.
그는 미국으로 떠나면서 SNS 정치를 끊고 성찰과 반성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미국 체류기간 중 SNS를 통해 국내 정치에 깊숙이 개입했다. 귀국 일성도 정치 재개 의사 표시였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잇달아 유례를 찾기 힘든 참패를 기록한 패장임에도 그것이 그에게는 정치를 재개하는 데 있어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듯하다.
그의 귀국은 여론의 조명을 받았다. 여론이 홍 전 대표에게 관심을 갖는 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병준 체제가 한국당의 체질을 개선하고 환골탈태시켰다면 홍 전 대표 귀국이 이렇게까지 떠들썩했을까 싶다. 김병준 체제가 개혁은커녕 현상유지에 급급하니 홍 전 대표가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제명설과 관련해 “친박들이 내가 겁이 나는 모양인가”라고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거다.
김병준 체제가 들어선 지 두 달이 흘렀으나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한국당의 변화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주 14명 초·재선 의원의 당협위원장 사퇴 선언이 거의 전부다. 김 위원장은 “홍 전 대표는 평당원 중 한 분이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그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문재인정부 실책의 반사이익에 기대기만 할 경우 홍 전 대표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인적 쇄신을 수반한 근본적 변화는 외면한 채 당 지도부가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민성장 담론을 제시하는 식의 임기응변 처방으로는 한국당의 침체와 홍 전 대표의 부상을 막지 못한다.
[사설] 무기력 김병준 체제가 부른 홍준표의 자신감
입력 2018-09-1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