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못 늦추는 운전 강사 심근경색 사망 업무상 재해”

입력 2018-09-16 18:43

운전 교습 중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자동차학원 운전 강사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고(故) 한모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한씨는 2011년 9월 운전학원 도로주행 강사 일을 시작했다. 근무를 시작한 지 약 5년 만인 2015년 8월 교습 도중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10일 뒤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유족들은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이에 유족은 소송을 냈다.

법원은 유족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도로주행 교습의 특성상 한씨는 사고 가능성에 대비해 긴장을 유지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씨가 근무한 학원 인근 도로는 레미콘 차량과 대형버스 통행이 잦아 더욱 긴장해야 했다”며 “그 과정에서 상당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공단 측은 한씨의 주당 업무시간이 52시간9분가량으로 업무가 과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강생이 결석한 경우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수강생이 늦게 도착하면 바로 교습해야 했다”며 “그런 상황에 대비해 근무지를 이탈하지 않았으므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대기시간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발병 무렵 한씨는 교습 중 발생한 사고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부원장과 말다툼을 벌이는 등 스트레스가 가중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