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나를 대신해 주지 않지. 내 손으로 바꿔야지 나의 얘기. 때로는 필요해 약간의 똘기.”
다섯 살 소녀 마틸다(이지나 황예영 안소명 설가은)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당차게 노래한다. 불공평하고 부당할 때 한숨 쉬며 견디는 건 답이 아니라고. 꾹 참고 또 참으면 보나 마나 또 그럴 거라고. 지레 겁먹고 다 포기해버리는 건 옳지 않다고.
마틸다는 그야말로 반짝이는 아이다. 또래 친구들과 확연하게 다르다. TV 보는 것보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구구단은 물론 세 자릿수 곱셈까지 척척 해낸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바르게 자랐다. 어떠한 순간에도 불의에 굴하지 않는다.
이 작은 소녀가 세상을 바꿔나간다. 물질주의에 찌든 엄마(최정원 강웅곤) 아빠(현순철 문성혁), 폭력적인 학교 교장(김우형 최재림)에 맞서 외친다. “그건 옳지 않아!” 담임선생님(방진의 박혜미)과 반 친구들이 그의 단단한 용기에 힘을 보탠다. 이것이 뮤지컬 ‘마틸다’가 펼쳐 보이는 이야기다.
하반기 공연계 최고 기대작 ‘마틸다’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친숙한 작가 로알드 달(1916∼1990)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영국 명문 극단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SC)가 제작한 작품. 이번 한국 라이선스 공연은 아시아 최초, 비영어권 최초로 이뤄졌다.
웨스트엔드 공연을 그대로 옮겨온 듯 알록달록 화려한 무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장면 전환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배우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과 환상적인 호흡으로 완성된 ‘칼군무’가 인상적이다. 특히 대형 그네를 활용한 ‘웬 아이 그로우 업(When I Grow Up)’ 무대가 펼쳐질 때는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주인공 마틸다 역에 캐스팅된 네 명의 아역배우는 빼어난 역할 소화력을 보여준다. 탄탄한 연기와 가창, 안무 실력이 연습량을 짐작케 한다. 반 친구들과의 앙상블도 훌륭하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 출연했던 주인공 빌리 역의 성지환을 비롯한 7명의 아역배우들이 합류해 완벽에 가까운 합을 이뤄낸다.
만화적인 캐릭터와 동화적인 스토리, 경쾌한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은 160분(인터미션 포함) 내내 즐거움을 안겨준다. 단 한순간도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넘치는 흥겨움 속에 적잖은 울림도 있다. 어른이 되면 뭐든 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바라보는 감상은 관객 저마다 다를 것 같다. 오는 2월 10일까지 LG아트센터.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마틸다’ 소녀의 당찬 외침 “때론 필요해, 약간의 똘기” [리뷰]
입력 2018-09-17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