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과 포지션이 같은 두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운명처럼 적으로 만났다. 각 팀의 공격을 책임지고 있는 울산 현대의 베테랑 이근호(33)와 포항 스틸러스의 영건 이근호(22)가 서로의 골문을 노린다.
동해안의 프로축구 명문 구단 울산과 포항이 15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2018 KEB하나은행 K리그1 28라운드를 통해 맞붙는다. ‘동해안 더비’로 불리는 전통의 라이벌전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두 이근호의 맞대결이다.
동명이인이지만 둘의 플레이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올해 강원 FC에서 울산으로 이적한 형 이근호는 작지만 단단한 체격으로 폭넓게 뛰며 상대 수비를 뒤흔드는 스타일이다. 수비수 여럿을 끌고 다니며 선보이는 묵직한 돌파가 장점이다. A매치에서만 84경기에 출전하며 19골을 넣었다.
선수 생활에서 부침도 많았다. 2004년 국내 프로리그에서 데뷔한 후 유럽 진출을 꿈꿨지만 2009년 프랑스 파리 생제르망(PSG)과의 계약이 성사 직전 어그러지며 실패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는 무릎 부상으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나이가 적지 않지만, 경기장 안에서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포항전에서 이근호가 해낼 것”이라며 믿음을 나타냈다.
동생 이근호는 연세대를 다니다가 올해 포항에 갓 입단한 신예다. 팬들은 울산 이근호와 구분하기 위해 ‘포근호(포항+이근호)’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이근호는 185㎝의 큰 키로 제공권을 장악하고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골을 결정짓는 전형적인 원톱 공격수다. 학창시절부터 각종 대회 득점왕에 오르며 기량을 뽐냈다.
U-23(23세 이하)팀 멤버로 지난 1월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도 참가했던 이근호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는 나서지 못했다. 대회 직전 6월 인도네시아 전지훈련까지 참여했으나 와일드카드인 손흥민과 황의조, 같은 나이인 황희찬 등에 밀렸다. 최순호 포항 감독은 “근호가 대표팀 탈락 후 낙심하기도 했지만, 코치진과 대화한 뒤 안정을 되찾으며 리그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열 살 넘게 차이나는 이들이지만 프로로서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이근호(울산)는 동해안 더비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 나이 때 저는 (포항 이근호보다) 더 잘했던 것 같다. 조금 더 분발해야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름은 같지만 모든 게 다르다는 것을 경기장에서 보여주겠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이에 최 감독은 “우리 근호가 ‘현대’ 팀을 상대로 잘한다. 젊은 근호가 나이 먹은 근호를 제압하길 바란다”고 응수했다. 이근호가 프로에서 처음 터뜨린 골이 울산 원정에서 나왔고, 이후 전북 현대를 상대로도 멋진 중거리 슈팅을 성공시켰음을 암시한 것이다.
K리그에서의 활약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이번 시즌 울산 이근호가 2골·4도움을, 포항 이근호는 3골·3도움을 기록해 공격 포인트 수는 같다. 프로에서 둘의 맞대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4월 이근호가 강원 소속일 때 포항과 경기를 했다. 둘 다 득점이 없었고 팀도 0대 0 무승부를 거뒀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이근호 대 이근호, 주말 축구장 ‘동해안 더비’ 밀물 대결
입력 2018-09-14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