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하에 촬영된 성관계 동영상을 휴대전화로 재촬영해 타인에게 유포했다면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25·여)씨 상고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이씨는 2016년 1월 내연관계로 지내던 A씨(44)와 합의 하에 찍었던 성관계 영상을 컴퓨터로 재생한 화면을 휴대전화로 재촬영해 A씨 아내에게 보낸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A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사진을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처벌법은 ‘카메라 등의 장치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유포한 경우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과 2심은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이 반드시 타인의 신체나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할 경우에만 한정할 것은 아니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모니터에 나타난 영상은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를 직접 촬영한 행위가 아니므로 법에서 규정한 촬영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대법원은 지난 4월 성희롱 관련 판결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해놓고 이에 역행하는 판단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체 그 자체로만 한정하는 등 죄형법정주의를 좁게 해석해 피해자 권리 보호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합의한 성관계 재촬영 유포가 무죄?…대법, 원심 깨고 되돌려 보내
입력 2018-09-13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