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자 유가족 홍우기씨, 생명나눔주간 선포식서 사연 밝혀“아들이 어딘가에 살아있길 바라며 기증”

입력 2018-09-13 04:00
생명나눔주간 선포식이 열린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에서 유가족들이 장기기증을 하게 된 이유 등을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홍우기씨, 권영호씨, 띠다뇌씨, 레그 그린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아들이 어딘가에 살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습니다.”

홍우기(69)씨는 4년 전 34세의 젊은 나이의 아들을 보내야 했다. 갑작스런 뇌출혈이 원인이었다. 홍씨 아들인 고(故) 홍윤길씨의 심장, 간, 안구 등은 6명에게 새로운 삶을 줬다.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에서 열린 생명나눔주간 선포식에는 홍씨와 같은 장기기증자 유가족들이 나와 기증을 하게 된 사연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고 니콜라스 그린군의 아버지 레그 그린(88·미국)씨와 고 윈톳쏘씨의 누나 띠다뇌(48)씨, 고 권오도씨의 아버지 권영호(67)씨가 참석했다.

2012년 처음 한국에 온 윈톳쏘씨는 경남 밀양의 한 자동차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1월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띠다뇌씨는 “동생은 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친하게 지냈고, 한국에 대한 애정도 많았다”며 “베풀고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에 따라 장기기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동생은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줬다”며 “죽어가면서 다른 사람을 살게 해준 동생은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린씨는 24년 전 당시 7세였던 아들 니콜라스의 장기를 기증해 5명의 생명을 살린 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장기기증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1994년 그린씨 가족은 이탈리아 가족여행 중 강도를 만났고 총을 맞은 니콜라스가 뇌사상태에 빠지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니콜라스의 장기기증 후 이탈리아의 장기기증 건수는 배로 증가했다.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각층이 기증서약에 나서면서 일명 ‘니콜라스 효과’가 일기도 했다. 그린씨는 “기증자는 죽지 않는다. 수혜자에 의해 여전히 살아 있다”고 했다.

아들을 먼저 보낸 권영호씨도 “유교문화가 강한 지역이라 집안 어른들의 반대가 있었지만 그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준다면 이 또한 사회에 봉사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기증을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