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을 돈이 갚을 돈보다 많아
외국인 국내증권 투자 비중 42%→ 64%로 크게 늘어나
은행 단기 외화차입은 급감… 외화예수금 3배 이상 증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 국내에서도 전조현상이 감지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국내 주식을 급격하게 팔아치우면서 2005∼2008년 외국인의 국내주식 투자는 순유출을 기록했다. 외환유동성 위기의 주범으로 불리는 단기외채 비중도 2007년 3월 말 53.6%까지 높아졌다.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고 축적한 20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도 시장 안정화에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10년이 지난 현재 한국의 외환부문 구조는 얼마나 튼튼해졌을까.
11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외환부문의 구조변화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가장 큰 변화는 2014년 대외 순채권국으로의 전환이다. 쉽게 말하면 해외에서 받을 돈이 갚을 돈보다 더 많아졌다. 지난해 말에도 대외금융자산(1조4537억 달러)이 해외에 갚아야 할 빚인 대외금융부채(1조2054억 달러)보다 많았다.
여기에는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증권투자 확대가 큰 영향을 미쳤다.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의 해외증권투자 잔액은 2008년 말 540억 달러에서 지난해 말 2414억 달러로 4배 넘게 증가했다. 해외주식투자 전용펀드에 대한 세제혜택과 보험사 외화자산 환헤지 관련 규제개선이 해외 투자 규모를 키웠다.
대외금융부채에서는 외국인의 국내증권 투자자금 비중이 커졌다. 2009∼2017년 외국인의 증권투자자금 1772억 달러(주식 894억 달러, 채권 878억 달러)가 국내로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한국의 대외금융부채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 비중은 42%에서 64%로 늘면서 경상수지 흑자(5811억 달러)와 함께 국내 외화유동성의 주요 공급원으로 작용했다.
외화 조달 구조도 대폭 개선됐다. 우선 국내은행과 외은지점의 단기 외화차입이 크게 줄었다. 국내은행의 단기 외화차입이 2008년 719억 달러에서 지난해 302억 달러로 줄었고, 외은지점의 단기 해외본점 차입금도 같은 기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단기 채무는 외국인 채권자들의 신뢰가 떨어지면 순식간에 빠져나갈 수 있어 위험성이 크다.
국내은행의 외화예수금도 3배 이상 늘었다. 국내기업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번 달러를 은행에 넣어둔 영향이 컸다. 덕분에 국내은행의 외화조달 중 외화예수금 비중은 19%에서 41%로 늘어난 반면 외화차입 비중은 64%에서 42%로 줄었다.
전문가들도 10년 전에 비해 외환부문 구조가 많이 보완됐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흔들림에 받는 영향은 더 커진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주식투자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신흥국이나 중국 등 불안정성이 높은 시장에 (자금이) 들어가 있다면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금융회사의 해외투자 리스크 분석 등 잠재리스크 요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해외증권투자 4배 급증 2014년부터 ‘순채권국’
입력 2018-09-12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