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숙 문화재청장 취임 간담회 “문화재엔 휴전선 없어… 철원성 발굴 추진”

입력 2018-09-11 19:04
정재숙 신임 문화재청장(왼쪽 사진)과 개성 만월대 전경. 문화재청 제공

2015년부터 중단된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 조사가 이달 27일부터 시작된다.

문화재청은 남북역사학자협의회, 통일부와 함께 지난 6일 북한 개성에서 실무협의를 갖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남북 공동 조사와 유적 보존 사업은 3개월간 진행되며 10월 2일 현장에 남북 관계자가 모인 가운데 착수식이 열린다.

개성 만월대는 400여년간 고려 임금이 정무를 펼치던 정궁으로, 자연 지세를 살린 독특한 건물 배치가 특징이다. 만월대는 송악산 남쪽 기슭의 궁궐 정전 앞 계단을 의미하지만, 지금은 궁궐터를 통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은 2005년 제17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합의한 후 2006년 남측의 남북역사학자협의회와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가 첫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남북의 발굴단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총 7차에 걸쳐 공동으로 조사해 약 40여동의 건물터와 금속활자, 청자, 도자기 등 1만6500여점의 유물을 발굴하는 성과를 올렸다.

남과 북은 훼손이 심한 ‘만월대 중심 건축군 서편 부분’을 제8차 공동 발굴 지역으로 합의했다. 이번 실무협의에서 남측은 씨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남북 공동 등재, 평양 고구려고분 남북 공동 발굴, 3·1운동 100주년 남북 공동 유적 조사와 학술회의, ‘겨레말 큰사전’ 남북 공동 편찬 사업도 제안했다.

정재숙 신임 문화재청장은 이날 서울 중구 정동 한 식당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갖고 “문화재에는 휴전선이 없다. 실핏줄로 연결된 문화재를 통해 남북이 손잡고 뜨겁게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문화재 사업 남북 교류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어 (이번에 제안한 것은 아니지만) 비무장지대(DMZ)에 있는 태봉국 철원성 유적 발굴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30년 경력의 일간지 문화부 기자 출신으로 직전까지 문화재청 출입기자였던 정 청장은 “얼마 전까지 여러분과 함께 그 자리에 있었다. 기자 시절 생각했던 고민들을 문화재 정책에 잘 반영하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