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카드론 20조 돌파… 은행 대출 규제 ‘풍선효과’

입력 2018-09-11 18:59

국내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카드론 취급액이 2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자금 융통이 쉬운 카드론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국내 7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카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올 상반기 카드론 취급액은 20조8509억원이었다. 전년 동기(17조8630억원)보다 16.7% 늘었다. 카드론 취급액이 1년 새 가장 많이 뛴 건 우리카드(28.0%)였다. 현대카드(23.6%)와 하나카드(20.3%) 삼성카드(19.5%) 등이 뒤를 이었다.

연평균 이자율이 14%에 달하는 카드론 규모가 늘어난 건 은행권 대출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증가 추세인 가계부채를 잡으려고 ‘거미줄 규제’를 펼치자 자영업자 등이 상대적으로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카드론을 찾았다는 것이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카드사들도 이자율 할인 등 공격적 마케팅을 벌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정부의 대출총량 규제로 기존 카드론 고객을 유지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올 상반기엔 적극적인 영업을 진행했다”며 “2금융권에도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 적용되는 올 하반기에는 카드론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 실적 악화와 가계부채 리스크가 맞물린다면 금융권 전반의 신용경색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드사에 유동성 문제가 초래될 경우 가계부채 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