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열 등 대체에너지 개발이 빨라짐에 따라 인류의 석유 수요가 5년 내 ‘피크’(최정점)를 찍은 뒤 하락한다는 예측이 나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런던에 본부를 둔 영국 싱크탱크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CTI)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비용이 훨씬 덜 드는 태양열과 풍력에 각국 정부들이 지원을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2023년 석유 수요가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 저자인 에너지전문가 킹스밀 본드는 “이는 시나리오가 아니고 명백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노르웨이 소재 리스크관리 회사인 DNV도 석유 수요가 향후 5년 안에 점점 비용이 저렴해지고 대체에너지에 자리를 내주면서 최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같은 예측은 종래의 전망보다 훨씬 빨라진 것으로 정유업계에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엑슨모빌과 셸 등 굴지의 에너지회사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에너지 전환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사업전략을 내놓으라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유업계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석유사업이 수익 측면에서 아직까지는 괜찮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나 몇몇 굴지의 회사들조차 (수요 정점)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BP는 올해 초 태양열 등 대체에너지 산업이 예상보다 빨리 성장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2035∼2040년 사이 석유 수요가 줄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당초 2040년대까지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입장에서 후퇴한 것이다. ‘셸’로 알려진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 로열더치셸그룹은 지난 3월 한 콘퍼런스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취해진다면 그 시기가 2020년중반으로 당겨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공격적인 온난화 대책을 전제로 2020년대를 석유 수요가 최고점에 달할 것으로 봤다. 다만 중립적으로는 엑슨모빌이나 셰브론 같은 대형 정유회사와 마찬가지로 2040년대까지 석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
“석유 수요 2023년 정점 찍은 뒤 하락”
입력 2018-09-11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