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오는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 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과 여야 5당 대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등 9명에게 방북 동행 초청을 한 것에 대해 여야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10일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범진보 진영은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히며 청와대 제안을 수락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참할 이유가 없다”며 제안을 거부했다. 야권에서는 “이미 야당 대표들이 평양에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방북을 제안한 것은 정략적 의도가 다분하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충남도청에서 열린 충남예산정책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외교안보 사안에 여야를 가르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가급적 (여야가) 함께 방문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청와대 요청을 크게 환영하며 국회의장단 및 각 당 대표들이 이번 방북단에 함께하는 것이 남북 화해·협력과 평화의 길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논평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인사들은 줄줄이 방북 제안 거절 의사를 밝혔다. 김병준 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가 실질적 비핵화를 추진할 수 있는 약속을 해오길 바란다”며 불참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실질적 비핵화가 확인되면 그 결과에 따라 우리도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당 소속 강석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도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은 지금 방북에 동행하는 건 병풍 노릇을 하는 일”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미 야당 대표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의 방북 제안에 불참 의사를 밝혔음에도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방북을 제안한 것은 제안을 수락한 쪽과 거부한 쪽을 ‘평화 대 반(反)평화’의 프레임으로 나누려는 꼼수”라고 비난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도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성과를 내야 하는 정상회담을 여야 당대표 초청 쇼로 만들려는 것이냐”고 반발했다.
국회의장단도 불참키로 했다. 문 의장은 청와대 발표 직후 이주영·주승용 국회부의장, 강 위원장과 협의한 뒤 “정기국회와 국제회의 참석에 전념하기 위해 이번 회담에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정상회담 후 열릴 가능성이 있는 남북 국회회담에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당 소속 이 부의장은 “행정부 수반의 정상회담에 입법부 수장이 동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를 정상회담 이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정상회담 전 비준동의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관철시킬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종선 심희정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
“남북 평화의 길” 진보 반색… “정략적 의도” 보수 격앙
입력 2018-09-1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