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부·권력화 … 민중신학 메시지에 고민을”

입력 2018-09-11 00:00
전 성공회대 교수 권진관 박사(맨 왼쪽)가 민중신학의 창시자 서남동 목사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학술 심포지엄에서 ‘이야기와 주체’라는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민중신학자인 죽재 서남동 목사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원두우기념관에서 열렸다. 서 목사는 고난당하는 민중의 ‘한의 소리’를 통해 예수의 말씀을 선포하며 한국 민중신학의 길을 열었던 목회자다.

이날 학술대회를 주최한 연세대 신과대 김현숙 부학장은 서 목사를 “상아탑 안에서 안주하는 신학이 아니라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신학의 모형을 온몸으로 보여줬던 민중신학자”로 기억했다. 그는 “서 목사님이 강조했던 소외되고 고난받는 민중에 대한 열정과 사랑, 불의에 대한 강한 사회적 저항 정신을 되새기고자 학술대회를 마련했다”며 “세습을 통해 부자와 권력자의 교회가 돼 가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민중신학이 한국사회와 교회에 주는 메시지가 뭔지 다시 한번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구 신학의 안테나’라 불리며 서구에서 일어난 신학적 담론을 가장 먼저 습득하고 전달하는 데 앞장섰던 서 목사는 1961년 5·16쿠데타, 1970년 노동자 전태일의 분신 등을 거치며 민중신학자로 거듭났다. 서 목사는 서구의 기독교가 한국 민중의 아픔과 한을 담아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중시했던 건 한국의 민담이다. 서 목사는 민담을 민중의 몸에서 우러나오는 언어로 정의하는 동시에 그들의 시대적 아픔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이며 외침이라고 했다.

강연자로 나선 전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 권진관 박사는 “민담은 한국인을 한국인으로 만들어준다. 신학을 한국적 신학으로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그는 민중신학의 적용으로 성경과 심청전을 예로 들었다. 권 박사는 “겟세마네 동산의 예수님 모습은 인당수 앞 심청이의 모습과 비슷하다”며 “기독교인들의 잠재의식이나 무의식 속엔 성서 이야기나 민담,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미지로 들어와 있다. 이런 이야기들은 확정된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가 어떤 사건이나 계기를 통해 새로운 의미로 적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민중의 경험을 강조했던 서 목사의 민중신학을 지금 시대에도 철저하게 공부해야 할 필요가 여기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강연에서는 독일 마인츠대 볼커 퀴스터 교수가 ‘이야기와 방법’이란 주제로, 연세대 조직문화신학 손호현 교수가 ‘가난의 초월성과 민중신학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했다. 볼커 교수는 “서 목사가 강조한 이야기는 현재 아시아나 서구에서 신학적 방법론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민중신학 속 성서는 민중사건 해석의 장으로 존재케 된다. 단순히 고전이나 대중문화 텍스트 지위를 넘어 독자비평, 문학비평, 역사비평, 이데올로기비평, 민중예술작품 해석의 장이 될 것”이라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