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장기 이식의 결실을 목전에 두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미온적 태도다.”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단장 서울대의대 미생물학교실 박정규 교수, 이하 사업단)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달 23일 사업단은 기자들과 만나 그간의 성과 및 현재 상황에 대해 밝혔다. 사업단은 무균돼지의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연구와 실험을 진행해왔고, 임상시험을 코앞에 두고 있다고 했다.
박정규 단장은 “돼지의 췌도를 분리해 이식하는 것은 만성질환인 당뇨병의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다”며 “장기 부족이 가장 큰 현재의 장기이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사업단은 수차례의 연구와 영장류 등의 동물실험을 거쳐 전임상실험에서 돼지의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했을 시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종장기이식과 관련해 국내 관련법을 따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상황이 꼬이기 시작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이종이식 관리 규제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박 단장은 “미국과 일본 등과 달리 우린 규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국제 기준에 맞게 적절한 규제가 있는 시스템이 우리에게는 없다”고 개탄했다.
사업단은 정부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달 29일에는 공청회를 열고 국민들과 환자, 언론을 초청해 사업단의 목표를 알리고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또 오는 16일에는 세계이식학회 산하 국제이종이식학회 윤리위원회와 미국 FDA 관계자를 초청, ‘이종이식 임상시험 국제전문가 심의회’도 열어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간접적으로 촉구하는 제스처를 취할 계획.
이들이 되레 정부의 ‘컨트롤’을 요구하는 이유는 뭘까? 사업단의 권복규 교수는 “이종이식은 평생에 걸쳐 추적 관찰해야 하는데, 이를 맡을 기관과 법적근거가 필요하다”면서 “수년전 법개정에 실패했고,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지속적으로 관리 감독을 요구했지만 뚜렷한 답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호소했다.
한 사업단 관계자는 “사업단은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밝히기 위해 정부의 통제를 받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정작 정부는 유보적인 태도로 일관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복지부로부터 연구비를 받지만, 복지부는 규제에 대해 관심이 많지 않았다. 이종이식법안도 사실상 시행되고 있지 않다. 식약처도 의료기기법과 약사법에 벗어나는 만큼, 해당사항이 없다고 말한다. 식약처의 답변을 10년 동안 기다렸지만 돌아온 건 ‘관련 부서를 정하지 못하겠다’는 대답”이라고 다소 강한 어조로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복지부, 식약처, 질병관리본부는 서로 ‘우리일이 아니’라고 한다. 공문을 보내면 회신조차 오지 않는다. 책임 있는 정부 기구의 관리를 받으라는 것이 국제 기준이다. 국제사회에서 인정 받지 않은 연구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달라는 요청이다. 그럼에도 관계 당국은 서로 안하겠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보건당국도 할 말은 있다.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드러내놓고 밝히진 않지만, 이종장기이식이 초래할지 모르는 혹시 모를 ‘위험’, 즉 알려지지 않은 세균 및 바이러스로 인한 새로운 질병의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를 정부가 책임지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현재의 ‘입장유보’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게 아니냔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사업단은 이미 돼지 췌도의 사람이식은 수십 년 전부터 해왔으며, 데이터 신뢰도가 낮은 췌도 이식조차도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사업단은 엄격한 통제를 거친 돼지와 충분한 면역억제제를 통해 국제기준을 만족하는 최초의 시도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업단의 주장처럼 정말 이종장기 이식은 안전할까? 이에 대해 박 단장은 “우리가 추적할 수 없는 바이러스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안전성 확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 더 이상 할 것은 없다. 안전성에 대한 조건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김양균 쿠키뉴스 기자 angel@kukinews.com
이종장기 이식술 결실 눈앞… 정부는 강건너 불구경
입력 2018-09-12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