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전담전문의제 고용안정에 성패 달려

입력 2018-09-12 20:39
인하대병원 입원의학과 박정미 교수가 환자를 돌보고 있다.

# A(37)씨는 내과, 외과를 가리지 않고 자주 병원을 찾는다. 최근에도 병원신세를 졌다. 그리고 입원할 때면 답답함을 느끼고 짜증이 난다고 토로했다. 통원치료 때는 담당교수를 보고 질문이라도 할 수 있지만 입원을 하면 새벽시간 회진 때를 놓치면 하루 종일 교수를 만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만날 기회가 없으니 치료경과는 어떤지, 꾸준히 먹던 약은 복용해도 되는지 묻기도 어렵다. 담당전공의가 있다지만 얼굴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입원 중 타과 진료를 봐야하는 상황이라도 생기면 복잡한 절차와 하염없는 기다림에 차라리 당일 외래진료를 접수하는 편이 속 편하겠다는 말까지 한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2016년 9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A씨와 같이 입원 후 환자가 방치되는 문제나 고령화로 인한 복합질환자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진료과별로 병동이 분리돼 치료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시행으로 재원기간 및 재입원율 감소 등 의료서비스 질이 향상되고, 의료사고 감소 등 입원환자 안전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사업효과와 수가적정성 등을 평가해 본 사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임상현장에서는 아직 제도가 정착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장 비정규 계약직으로 고용돼 직업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환자는 물론 의사들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부족하거나 위치가 명확치 않아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기 일쑤다. 심지어 혼자 업무마저 고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문의들은 입원전담전문의를 기피하고 있다. 채용공고가 뜨지만 재공고에 추가 재공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채용 후 곧 포기하는 이들도 속출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가나 전공의 추가배정 등 정책적 지원대상에서도 제외돼 어려움이 중첩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여러 형태의 입원전담전문의 모델을 살펴보고 있지만 본 사업으로의 전환의지는 확고하다. 가야할 방향”이라며 “의료진에게도 의지를 확실히 전하고 있고, 정착을 위해 각종 혜택과 제도개선에도 힘쓰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중환자전담전문의와 간호사들로 구성된 신속대응팀(INHART), 내과계와 외과계 전문의를 구성원으로 입원부터 퇴원까지 환자를 돌보는 ‘입원의학과’를 별도 진료과로 설치해 직업의 안정성과 여건을 개선했다는 인하대학교병원도 환자안전 및 입원환경은 좋아졌을지언정 근무여건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내과계 입원전담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경태영 교수는 “별도의 과를 만들어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은 많이 없어졌지만 과가 독립되다보니 낙동강 오리알 같은 느낌도 솔직히 든다. 내과도 외과도 신경을 안 써준다. 같은 계열 전공의들이나 의료진과도 손님 같은 느낌”이라며, “본 사업으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할 것이라고 확고히 말하지만 뒤집힐 수 있으니 정책을 먼저 확실히 제시해주는 것이 중요하고, 수가는 그 다음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전공의 추가배정은 오히려 서울로 전공의들이 몰리는 양상을 보여 큰 이점이 아니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입원의학과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로 있는 박정미 교수도 “고용이 안정되고 (의료진과 환자의) 인식과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며 “환자는 주치의가 2명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외래 의사는 입원전담전문의를 믿고 협력하는 관계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