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국민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말 산업=도박’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전환하는 데 힘을 쏟는가 하면 국민 체감형 사회공헌 사업에 혼신을 기울이고 있다. 1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서울 용산 화상 경마장 부지를 사회에 환원한 일이 대표적이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소방관들을 위해 ‘힐링 승마’를 무상 제공키로 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안도 준비 중이다.
지난 5일 경기도 과천시 한국마사회 본관에서 만난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국민이 원하는 것은 한국마사회의 공공성 회복”이라며 “국민의 기업인 만큼 매출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운을 뗐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그가 가장 집중해 온 작업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폐쇄를 결정한 용산 화상 경마장 부지를 공익에 부합하는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곳은 국민들이 1440일 동안 (화상 경마장) 저지 투쟁을 했던 곳”이라며 “청년 장학센터로 변모시키기 위해 수개월간 직원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다른 한 축은 소방관들의 심리 치료다. 풍부한 말 자원을 활용키로 했다. 올해 1000명에게 무상으로 힐링 승마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후로는 대상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시안게임이 치러진 수도권매립지공사 승마장을 힐링 승마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을 곁들였다. 김 회장은 “내년부터는 트라우마에 노출된 경찰과 교정직, 교육직 공무원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며 “전국 86개 거점 시설을 이들을 위해 개방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힐링 승마는 말산업 진흥책으로 이어지는 복선이기도 하다. 승마 인구가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말 수요가 많아진다. 말 수명은 평균 25년인데, 육성 훈련(2∼3년)과 경주마 활동 기간(2년) 외에는 말의 효용가치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힐링 승마는 이들의 가치를 더 오래 가져갈 수 있게 만든다. 은퇴 후 활동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에 사실상 말 복지에도 도움이 된다. 김 회장은 “말의 25년을 다 아우르는 것이 말산업”이라며 “승마용이나 관광용, 치료용으로 이들이 활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승마 인구 확대는 일자리로도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말 3마리당 관리인원이 1명 정도 필요하다. 말 수요 확대는 청년 일자리와 정비례하는 것이다. 김 회장은 특히 말 관련 학과에 종사하는 이들이 우대받을 수 있는 제도를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한국마사회 입사 시험 때 관련 학과 졸업 시 3%의 가산점을 받는데, 이것만으로는 일반 대학 졸업자와 경쟁이 안 된다”며 “앞으로는 10% 이상 가산점을 주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마장을 찾는 이들의 인식 전환을 위한 ‘공간 변신’ 구상도 내놨다. 김 회장은 “가족이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원 등 복합문화공간을 늘려 국민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천=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소방관에 ‘힐링 승마’ 제공”
입력 2018-09-11 04:01 수정 2018-09-11 1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