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또한 이전에는 ‘북한은 악의 축’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북한 사람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구나’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를 연출한 호주 영화감독 안나 브로이노스키는 10일 서울 중구 대한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해외 영화감독으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2012년 방북해 21일간 체류하며 북한의 영화 제작 현실을 카메라에 담았다.
브로이노스키 감독은 “촬영 허가를 받는 데 2년이나 걸렸다”고 소개했다. 그는 탄층 가스 채굴을 저지하기 위한 선전영화를 계획하며 북한행을 결심했다. 선전영화로는 북한이 최고라 여겼기 때문이다.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에는 그가 북한에 가서 현지 영화인들에게 영화 제작 기법을 전수받는 과정이 담겨있다. 전체적인 톤은 무겁지 않다. 중간중간 유머를 곁들여 소소한 웃음을 준다.
브로이노스키 감독은 김정일이 1987년 펴낸 선전영화 지침서 ‘영화와 연출’을 교본 삼아 박정주 리관암 감독, 배우 윤수경 리경희 등 북한의 대표적인 영화인들을 만나 가르침을 받았다.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북한을 다룬 기존 영화들과 차이가 있다.
“북한이라고 하면 ‘세뇌당해 스스로 삶을 결정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북한 주민도 자신들의 삶과 미래를 고민하는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었습니다.”
촬영에는 여러 제약이 있었다. 영화 제작소 내부 촬영은 금지됐고, 군인들의 모습은 찍을 수 없었으며, 서양 영화에 대한 긍정적인 언급도 제한됐다. 브로이노스키 감독은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최대한 편집했다”며 “인터뷰이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브로이노스키 감독은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주한 호주대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남북관계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내가 평화를 위한 민간외교에 조금이라도 이바지할 수 있다면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3일 개봉. 96분. 전체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평양에 간 안나 감독 “북한 주민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
입력 2018-09-10 21:00 수정 2018-09-11 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