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이민 정서를 앞세운 극우정당 스웨덴민주당(Sweden Democrats)이 9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스웨덴의 제3당으로 급부상했다. 강력한 난민 포용정책을 내세워 ‘도덕적 초강대국(Moral Super power)’으로 불렸던 스웨덴의 변화에 유럽 내 극우정당들은 일제히 환영하고 나섰다.
스웨덴 총선 개표 결과 스웨덴민주당은 의회에서 62석(17.6%)을 차지하며 제3당에 올라섰다. 스테판 뢰프벤 총리가 이끄는 좌파 연정이 144석(40.6%), 우파 성향의 야권연맹이 143석(40.3%)을 차지한 가운데 나온 결과다. 어느 한쪽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만큼 스웨덴민주당이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임미 오케손 스웨덴민주당 대표는 “중도좌파의 통치를 4년 더 연장하거나 스웨덴민주당과 제휴하거나 양자택일해야 할 것”이라며 야권동맹 지도부를 압박했다.
극우 성향인 스웨덴민주당의 돌풍은 일찌감치 예견됐다. 최근 정부의 전통적인 친(親)이민 정책에 대한 반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스웨덴은 유럽 난민 위기가 고조됐던 2015년에만 16만명이 난민을 받아들이는 등 전체 인구 대비 난민 수용비율이 유럽연합(EU) 국가 중 가장 높다.
하지만 스웨덴 국민들은 난민 유입이 범죄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스톡홀름 외곽의 이민자 밀집지역 린케비에서는 지난해에만 총격, 방화 등 강력사건이 129건 발생했다. 지난해 4월에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난민이 망명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뒤 트럭을 몰고 스톡홀름 도심에서 5명을 치어 숨지게 하는 일도 있었다.
신나치주의를 모태로 출발한 스웨덴민주당은 국민들의 이 같은 반이민 정서를 잘 파고들었다. 극단적인 신나치주의에서 탈피해 반이민주의 정책과 소외지역 폭력조직 문제 해결, EU 탈퇴 등을 공약으로 내세워 폭넓은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유럽 내 극우·포퓰리즘 정당들은 스웨덴 총선 결과에 대해 반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선거 결과가 최근 급부상한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의 반이민 정당들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 내 반이민 선봉에 선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부 장관은 트위터에 “다문화·좌파 모델의 스웨덴이 수년간의 이민정책 끝에 마침내 변했다”며 “스웨덴조차 불법이민과 이슬람 극단주의에 반대한다”고 썼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대표도 “유럽의 민주화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며 반겼다.
극우정당은 스웨덴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수년째 세를 불리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헝가리 스위스 등에서는 최근 극우정당이 집권에 성공했다. 지난해 3월에는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을 보였던 네덜란드에서 극우정당이 제2당으로 떠올라 유럽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다.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극우 돌풍이 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 각국의 극우정당들이 유럽의회 의원을 더 많이 배출하기 위해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핵심참모였던 스티브 배넌까지 힘을 보탰다. 배넌은 벨기에 브뤼셀에 우파 싱크탱크 ‘더 무브먼트’를 만들고 유럽의회 선거전략 연구에 한창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난민 포용했던 스웨덴마저, 반이민 극우당이 제3당 부상
입력 2018-09-11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