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인천 강화도 교산교회(박기현 목사)가 지난 6일 오후 북적이기 시작했다. “아이고 오랜만입니더, 잘 지내셨지예.” “또 보네요, 억수로 반갑습니다.” 주차장에서부터 인사를 나눈 이들은 계단을 오르면서도 반가움에 눈을 뗄 줄 몰랐다. 전국 농어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과 사모들이 모인 한국농어촌선교단체협의회(한국농선회·회장 소구영 목사)의 ‘농어촌 목회학교·사모 이야기학교’ 현장이다.
이날 열린 목회학교 예배에서는 농어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도 묵묵히 활동하는 목회자들에 대한 위로가 이어졌다. 소구영 회장은 예배 설교에서 “우리 주위에는 거듭나야 할 사람이 많지만 농어촌에는 복음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더 많다”며 “농어촌 사역을 하는 여러분이 귀한 이유”라고 격려했다. 박기현 교산교회 목사는 예배를 드린 뒤 강화도의 기독교 역사를 소개하며 “선상 세례로 간절함을 나누던 강화도 복음의 역사와 농어촌 교회의 역사는 닮은 구석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진 이야기학교에서는 일선에서 묵묵히 복음을 전하는 사역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경남 진주 초원교회(이기석 목사) 김현옥(52) 사모는 진주 명석면 일대 15개 마을을 돌며 노인들에게 복음을 전한다고 소개했다. 버스가 1시간에 한 번만 다니는 동네지만 여름엔 얼음과 제빙기를 갖고 다니며 팥빙수를 만들고 겨울에는 장갑을 끼고 국화빵을 굽는다.
김 사모는 “노인을 돌보는 사역은 교인 증가나 헌금 등 ‘세상적 수치’와는 거리가 멀지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복음에 귀를 기울이는 어르신들이 있어 큰 은혜를 받는다”고 말했다. 농어촌 교회에는 사모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고령에도 일을 놓을 수 없는 할머니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같은 여성끼리 고충을 나누는 시간에는 선교를 넘어 이웃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말했다. 명석면은 오랜 불교 전통으로 복음에 대한 거부감이 강한 곳이었지만 올해만 주민 15명이 스스로 세례를 받았다.
농어촌 선교가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11년 전 서울에서 진주로 내려와 남편 이기석 목사와 함께 교회를 개척한 그는 “처음엔 유배를 온 기분이었다”며 “하루도 맘 놓고 쉬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했다. 하지만 농어촌 교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도 있다. 초원교회는 매년 여름 교회 뒤편 광대산을 한 바퀴 도는 마라톤대회를 열고 찬양대회도 개최한다. 김 사모는 “산을 한 바퀴 돌며 땀을 뺀 뒤 찬양하며 바라보는 밤하늘은 너무나 아름답다”며 미소를 지었다.
1박2일 일정의 이야기학교는 농촌에서 사회적기업 ‘콩세알’을 일군 강화도 일벗교회(서정훈 목사) 방문과 기독 유적지 탐방으로 마무리됐다.
강화=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농어촌서 묵묵히 복음 전하는 사역자들 위로
입력 2018-09-11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