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통’ 공정위, 공정법 개정 때 말로만 부처 의견수렴

입력 2018-09-10 18:15 수정 2018-09-10 21:59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을 추진하면서 관련 부처의 의견수렴을 제대로 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일부 부처를 아예 누락했고, 공문을 받은 부처 중 상당수는 공문이 온 줄도 모르고 넘어갔다. 금융·조세·산업 등 경제 전 분야에 걸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실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기준을 현행 자산 10조원 이상에서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으로 변경하는 법 개정 내용과 관련, 부처 간 협의를 지난달 9일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공문을 확인한 결과, 공정위는 지난달 10일에야 금융위원회 등 11개 부처에 의견 조회 공문을 보냈다. 부처에 공문을 보내지도 않고 협의했다고 국회에 거짓말을 한 셈이다. 공정위는 의견수렴 대상인 해양수산부는 아예 누락하기까지 했다.

공정위는 또 11개 부처 담당자에게 공문을 보냈다는 연락조차 없이 공문상에 ‘8월 16일까지 회신이 없으면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명시했다. 일부 부처는 해당 공문이 온 줄도 모르고 넘어갔다. 단 1개 부처도 의견을 내지 못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변경 관련 내용은 42개의 법안과 관련이 있는 중대 사안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기업집단 지정제도는 우리 경제 여러 분야의 규제 및 지원제도에 영향을 미치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방식으로 실증분석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4일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이후에도 공정위의 ‘일방통행식’ 부처 소통 방식은 여전했다. 공정위는 전 부처를 대상으로 입법예고에 따른 의견조회를 구하는 공문에서도 ‘9월 10일까지 의견이 없으면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적시했을 뿐 부처 간 협의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그 결과 공정위의 의견 조회 공문에 회신한 부처는 이번에도 단 1곳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 중 대기업 규제를 둘러싼 재계와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를 모두 반박했다. 공정위는 사익편취 규제 강화로 경영권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재계의 우려나 지주회사 관련 내용이 재벌개혁 후퇴라는 시민단체의 지적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문제가 없다’는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면서 “그에 앞서 정부 부처 간 제대로 된 논의를 하고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