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재연을 막을 ‘골든타임’은 최대 잠복기간인 2주다. 질병관리본부는 9일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해외 메르스 발생)에서 ‘주의’(메르스 국내 유입) 단계로 격상했다. 즉각대응팀을 확대 편성해 현장 대응에 나서는 한편 환자 검체에 대한 추가 분석도 시행할 계획이다.
메르스 확진 환자 A씨(61)와 반경 2m 이내 거리에 있었던 밀접접촉자는 현재까지 22명이다. 지난 8일 첫 발표보다 2명이 늘었다. 이들 모두 자택 및 시설에 격리돼 있다. 발열이나 기침 등 메르스 관련 증상을 보이는 경우는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기 내부에선 승무원 3명과 앞뒤 좌석 3열에 앉은 탑승객 10명이 밀접접촉자로 파악됐다. 공항에선 검역관 1명, 출입국 심사관 1명, 마중 나온 A씨의 아내와 A씨의 휠체어를 밀어준 도우미 1명, 삼성서울병원까지 환자를 태우고 간 리무진 택시기사까지 총 5명이 A씨와 가까이 접촉했다. A씨를 직접 진료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4명도 밀접접촉자로 분류됐다.
이외에 A씨와 항공기에 동승한 승객 등 440명은 일상접촉자로 관리 중이다. 일상접촉자는 본래 관할 보건소가 유·무선으로 연락해 증상을 모니터링하지만 이번에는 전담 공무원을 배치하고 일대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로 했다. 접촉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지난 7일 오후 4시51분 입국한 후 다음 날 오후 4시쯤 서울대병원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밀접접촉자에 대한 격리는 확진 판정 이후에 이뤄진 만큼 밀접접촉자가 불특정 다수와 만나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 밀접접촉자 중에서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다면 대규모 확산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질본은 A씨가 공항에서 삼성서울병원으로 직행하면서 지역사회에 광범위하게 노출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가 공항에 머물렀던 시간은 26분 정도로 조사됐다. 경기도 관계자에 따르면 리무진 택시기사는 A씨를 내려준 뒤 다른 승객을 태우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퇴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은 A씨와 직접 접촉한 의료진 4명 외에도 만일을 위해 응급실 앞 안전요원 등 4명을 자체적으로 격리 조치했다.
질본은 A씨가 항공기와 공항 내에서 직접 접촉한 인물이 있는지, 병원으로 향하기 전 다른 장소를 방문했는지 등 심층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A씨를 감염시킨 메르스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여부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알아볼 계획이다. 외교부는 A씨가 쿠웨이트 현지에서 접촉한 한국인의 감염 여부도 파악할 예정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메르스 대응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우리는 2015년의 경험에서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약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미리미리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진희선 서울시 부시장 등이 참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감염격리병동을 찾아 환자 상태와 이동 동선 분리 여부를 점검했다. 박 시장은 의료진과 만나 “비행기에 탔던 400명을 다 분석해 예를 들면 환승한 사람들까지 통보해주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라며 “만에 하나 그 사람들 중 발병이 된다고 하면 지난번처럼 심각한 혼란 상태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행안부는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8일 오후 10시 ‘메르스대책지원본부’를 가동했다. 재난안전조정관을 본부장으로 9명으로 구성되고 관련 부처와 지자체 협조사항을 파악해 지원하게 된다. 행안부 측은 “메르스 진행 상황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을 검토하는 등 범정부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상은 이재연 권지혜 김유나 기자 pse0212@kmib.co.kr
메르스 확산 여부 앞으로 2주에 달렸다, 접촉자 집중 모니터링 중
입력 2018-09-1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