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9·9절에 최고 예우한 중국, 서열 3,4위와 시진핑 오른팔 총출동

입력 2018-09-10 04: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이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9·9절 열병식이 끝난 뒤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잡은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김 위원장과 리 상무위원장은 이날 주석단에 함께 자리를 잡고 열병식을 참관했다. AP뉴시스

중국이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9·9절을 맞아 북·중 밀착 관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여건상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방북하지 못하게 되자 중국 지도부가 대거 나서서 최고 수준의 예우로 9·9절 행사를 축하하며 북한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했다.

시 주석은 9일 중국 국가서열 3위인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했다고 중국중앙(CC)TV가 보도했다.

시 주석은 친서에서 김 위원장에게 “중국은 중·조(북·중)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며 “중·조 관계를 훌륭하게 수호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의 확고부동한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두 나라는 산과 강이 잇닿아 있는 친한 이웃나라”라며 “나는 김 위원장과 함께 손잡고 중·조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리 상무위원장도 김 위원장에게 “올해는 양측에 매우 중요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세 차례 회담은 중·조 관계를 새로운 장으로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리 위원장은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쿵쉬안유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 등 중량감 있는 인사가 포함된 사절단을 이끌고 방북했다.

시 주석의 ‘오른팔’인 왕치산 국가부주석은 지난 7일 베이징에서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와 중조우호협회가 공동 주관한 ‘북한 국경 70주년 경축 초대회’에 참석해 “중국의 사회주의 조선에 대한 지지는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왕 부주석은 중국의 실질적 ‘2인자’로 꼽히는 인사여서 중국이 북한을 최대한 신경 쓰고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지난 6일에는 서열 4위인 왕양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이 베이징의 주중 북한대사관을 전격 방문해 9·9절 환영 연회에 참석했다. 그동안 북한 대사관을 방문한 중국의 최고위급 인사다.

마치 시 주석의 방북 무산을 아쉬워하듯 중국 서열 3, 4위 상무위원과 시 주석의 오른팔까지 최고 지도부가 대거 동원돼 북한의 9·9절 행사를 대대적으로 축하하는 모양새를 갖춘 셈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은 한때 ‘차이나 패싱’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절감했기 때문에 북한 붙들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했다. 마트비옌코 의장은 8일 김 위원장 면담 후 “김 위원장은 러시아 방문을 더는 미루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며 “(김 위원장) 방러 시기와 장소는 외교 채널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