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건물 부분 붕괴 사고와 관련해 현 건축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지적받고 있다. 최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아파트 지반침하 사건 등 비슷한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먼저 지적받는 건 계측관리 문제다. 계측관리란 공사 현장에서 지하수나 경사 등 변화가 있을 때 발생하는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변수를 지속적으로 측정하는 일이다. 굴착을 할 때 지면이 얼마나 움직였는지, 또는 건물 균열이 시간당 얼마나 벌어지는지 등 다양한 요소를 계량한다. 현재는 위험요소를 현재 공사를 주문하는 발주사가 아닌 공사를 진행하는 시공사가 업체 선정을 맡는 체제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계측 업체와 시공사 간에 ‘갑을 관계’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임종철 부산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9일 “현 구조에서는 계측 업체가 공사에 수익이 달린 시공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계측 업체가 말을 안 들으면 시공사가 맘대로 업체를 바꾸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비용을 낮추기 위해 측정을 띄엄띄엄 하고 기록을 거짓으로 만드는 일도 잦다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계측 업체 선정을 시공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하도록 해야 견제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건축물을 세우기 위한 굴착 과정을 일컫는 ‘터파기’의 업체 간 구분점이 애매한 것도 허술한 지점이다. 정충기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는 “건축공사 중 터파기는 건축 업체가 아닌 토목 분야 업체에서 부분적으로 담당한다”면서 “양쪽 분야 업체의 경계에 있는 부문이라 (책임이 애매하다보니) 허점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행정 시스템의 문제도 그 못지않은 원인으로 지목받는다. 앞서 상도유치원은 지난 4월 전문가 자문을 구해 붕괴 가능성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동작구에 제출했다.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6월부터 자체 안전검사를 실시한 상도유치원은 지난 4일 검사에서 옹벽 균열이 심해지자 사고 전날인 5일 관계자들을 모아 회의를 열고 동작구에 참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동작구는 앞선 민원 처리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엄석진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 교수는 “국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시급성과 재난재해 대비 중요도를 균형적으로 판단해 민원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하는 방식과 기준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시행된 ‘지하안전영향평가’를 동작구가 더 적극적으로 먼저 적용했어야 했다는 의견도 있다.
동작구는 이날 오후 1시쯤부터 건물의 무너진 부분에 국한해 철거작업을 시작했다. 운동장을 사이에 두고 상도유치원 건물과 붙어 있는 서울상도초등학교는 철거 작업으로 소음과 분진이 발생할 것을 고려해 10일 하루 동안 휴교하기로 결정했다.
상도초등학교 부지 안에 위치한 상도유치원은 지난 6일 오후 11시22분쯤 굉음과 함께 지반침하로 건물 일부가 기울면서 붕괴 직전까지 이르렀다. 유치원 인근 신축공사로 지반이 약화되면서 벌어진 사고였다. 원생들이 머무는 평일 낮에 일이 벌어졌다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조효석 심우삼 기자 promene@kmib.co.kr
잇단 공사장 붕괴, 결국 허점 많은 행정 시스템의 붕괴
입력 2018-09-1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