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의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가 여야 간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특히 오는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전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를 두고 범진보 진영과 범보수 진영이 팽팽한 대립 구도를 보이면서 이 문제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보·혁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은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정상회담 전에 국회에서 판문점 선언 비준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9일 “판문점 선언 비준이 안 된 상태로 정상회담을 한다면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 정도의 합의문밖에 더 나오겠느냐”며 “보다 현실적인 약속을 주고받기 위해서라도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이 이뤄져야 문재인 대통령의 협상력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은 대한민국의 평화에 대한 열망을 대내외에 보여주는 것”이라며 “야당이 평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마냥 거스르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판문점 선언 이후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이행이 없는 상태에서 국회의 비준동의안 처리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정부·여당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악화된 민생경제가 부각되는 것을 덮기 위해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문제를 쟁점화하고 ‘평화 대 반(反)평화 프레임’ 공세를 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 김용태 사무총장은 휴일인 9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판문점 선언을 무조건 비준동의하라는 것은 평화에 대한 담보도 없이 돈만 퍼주자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의 핵 위협과 대북 ‘퍼주기’ 프레임을 부각시켜 보수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정부가 11일 비준동의안과 비용추계서를 함께 보내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안을 국회가 고작 1주일 안에 비준하라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여야 모두 자신의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안보 이슈로 ‘강 대 강’ 대치를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안이 처리되려면 소관 상임위인 외교통일위원회와 본회의에서 각각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외통위원 22명 가운데 10명은 민주당, 강석호 위원장을 비롯한 8명은 한국당이며 바른미래당 2명, 평화당과 무소속 각 1명이다. 이 중 민주당과 평화당 등 비준 찬성 입장이 11명, 한국당과 무소속 이정현 의원, 바른미래당 박주선 의원 등 10명이 반대 입장이다.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은 비용추계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비준동의안이 어렵사리 외통위를 통과하더라도 본회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비준동의에 우호적인 민주당(129석)과 평화당(14석), 정의당(5석), 민중당(1석)을 합치면 149석으로 전체 의석의 과반에 근접하지만 비용추계 내용 등에 따라 반란표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30석의 바른미래당이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만큼 가능한 한 비준동의안에 대한 입장을 당론으로 정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종선 김판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
[이슈분석] 갑자기 불거진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 “여야 모두 지지층 결집 의도”
입력 2018-09-1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