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환자가 20·30대에서 급증하고 있다. 취업이 힘들고, 직장을 구해도 높은 집값 등으로 결혼을 포기하는 세태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은 계층은 70대 이상 여성이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9일 건강보험 빅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환자가 68만760명으로 2012년 58만7860명에 비해 15.8% 늘었다고 밝혔다.
연령별 추세를 보면 20·30대와 70대 이상은 우울증 환자가 늘고 있고, 50·60대는 오히려 줄고 있으며 40대는 비슷했다. 인구 10만명당 진료인원 기준으로 70대 이상은 2012년 3489명에서 지난해 3636명으로 4.2% 증가했다. 특히 70대 이상 여성의 경우 같은 기간 4084명에서 4303명으로 5.4% 증가했다. 70대 이상 여성 4.3%가 지난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았다.
20대는 인구 10만명당 진료인원이 750명에서 1096명으로, 30대는 865명에서 1054명으로 각각 46.1%와 21.8% 증가했다. 반면 50대는 같은 기간 1601명에서 1412명으로, 60대는 2752명에서 2225명으로 우울증 환자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40대는 2012년 1023명과 지난해 1091명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20·30대는 취업난과 주택난, 사회 초년생 시절 겪는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증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이 무력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70대 이상에서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는 것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현상이다. 박재섭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경제력 상실과 신체기능 저하, 배우자와의 사별 등을 노인 우울증의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서 “독거노인의 증가와 가족 내 갈등 증가, 노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늘어나는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 우울증 진료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배 이상 많은 추세도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우울증 환자는 여성 45만4920명, 남성 22만5840명을 기록했다. 2012년에도 여성 40만5698명, 남성 18만2162명으로 여성 환자가 2배 이상 많았다.
박 교수는 여성에게서 더 우울증이 많은 이유로 여성 호르몬의 영향을 들었다. 그는 “여성은 월경 출산 폐경 등에 따른 호르몬 변화가 극심한 경우 감정의 흔들림을 경험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육아 및 가사와 직장생활의 병행, 시부모와의 갈등, 남성 중심 사회에서의 생활 등에 따른 스트레스를 많이 경험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2030 우울증 환자 급증, 취업난·주택난·초년생 스트레스 탓
입력 2018-09-09 18:54 수정 2018-09-09 2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