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6.7 강진에 홋카이도 전역 정전… “도시가 멈췄다”

입력 2018-09-07 04:03
일본 홋카이도 남서부 아쓰마초 지역 마을과 논이 6일 새벽 발생한 지진으로 쏟아져 내린 토사에 파묻혀 있다. 아쓰마초에서는 능선을 따라 2㎞에 걸쳐 산사태가 일어나 주택이 무너지고 도로와 전답이 파묻히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최근 태풍 ‘제비’ 영향으로 지반이 약해져 토사 유실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AP뉴시스

일본 홋카이도에서 6일 새벽 규모 6.7의 강진이 발생했다. 홋카이도 전역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초유의 ‘블랙 아웃’(black out·대규모 정전) 사태도 일어났다. 최근 일본에서는 집중호우와 태풍, 지진 등 대규모 자연재해가 연달아 발생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3일 내 강력한 추가 지진 가능성도 제기됐다.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진은 오전 3시8분쯤 홋카이도 남서부 이부리 지역 37㎞ 깊이에서 발생했다. 지진으로 10여명이 숨졌다. 아쓰마초에서는 산사태로 주택이 매몰돼 30여명이 행방불명됐다. 부상자도 수백명에 달한다. 우리 국민 1명도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첫 지진 이후 여진은 70여 차례 발생했다.

지진 발생 직후 홋카이도 내 모든 화력발전소가 멈춰서면서 도내 295만 가구가 모두 정전됐다. 홋카이도 전역이 정전된 건 1951년 홋카이도 전력 설립 이래 처음이다. 전력 공급 중단으로 고속전철 신칸센 등 홋카이도 내 열차 운행도 함께 중단됐다. 홋카이도의 관문인 신치토세 국제공항은 항공편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공항은 이르면 7일 운항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홋카이도 전력은 복구작업에 나서 오후 삿포로 중심가 등 일부 지역에 전기 공급을 재개했다. 하지만 화력발전소 설비 파손 등 피해가 커 완전 복구에는 1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오후 각료회의를 열어 “밤샘 작업을 진행해 내일(7일)까지 전체의 3분의 1인 100만 가구에 전기 공급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정전 사태는 2011년 3월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 때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엔 전력의 절반가량을 공급하던 도마도아쓰마 화력발전소가 지진으로 멈춰선 여파로 나머지 화력발전소 2곳의 가동이 함께 중단되면서 대규모 정전 사태로 이어졌다.

일본 기상청은 자체 기준에 따라 이번 지진의 진도를 7로 평가하기도 했다. 총 10단계 중 가장 높은 단계로, 이 단계에서는 사람이 몸을 가눌 수 없고 주택 붕괴와 산사태가 일어나며 도시 기능이 마비된다. 홋카이도에서 진도 7의 지진이 관측된 것은 1996년 현행 기준 채택 이후 처음이다. 일본 전체에서도 이번까지 포함해 여섯 차례뿐이다. 일본 기상청은 “향후 1주일 정도 진도 7의 지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2∼3일 내 강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위로전을 보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트위터에 “자연재해에 철저히 대비해온 일본의 전력이 발휘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