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부임한 이탈리아 출신 마시모 자네티(사진)가 취임 연주회를 연다.
자네티는 6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작이기 때문에 갈 길이 멀지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경기필이 매일 발전 중이고 내 의무도 이 오케스트라를 매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8일과 11일 각각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경기필의 첫 지휘봉을 잡는다.
자네티는 “지휘자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연주하는지에 따라 심리학자처럼 인내심을 발휘하기도 한다”며 “앞으로 경기필 단원들과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면서 방향을 잡아가려고 한다”고 지휘 철학을 소개했다. 그는 이번 연습 중 열정적이면서도 탈권위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자네티는 “첫 연습을 하던 날 무표정한 얼굴의 단원들이 부동 자세로 있는 모습에 매우 큰 문화 충격을 받았다. 다음 날 악장들과 티타임하며 소통을 강조했는데 며칠 지나자 내게 미소를 짓기도 하고 오늘은 말을 걸기도 해 퍽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웃었다.
그는 경기필의 발전 가능성을 매우 높이 봤다. 자네티는 그 이유로 “전 세계 오케스트라로부터 매시간 지휘 요청을 받는 리카르도 무티가 이 오케스트라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면 두 번이나 왔을 리 없다”고 단언했다. 자국 출신의 거장 무티는 2016∼2017년 2차례 경기필을 지휘했다. 무티는 당시 경기필 단원들의 열정을 높이 샀다고 한다.
이달부터 2년간 경기필과 함께하는 자네티는 19세기 이탈리아 레퍼토리에 강점을 보였다. 첫 무대에서는 모차르트 교향곡 ‘하프너’를 비롯해 프로코피예프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브람스의 이중 협주곡 등을 연주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러시아 특유의 대담한 멜로디와 힘 있는 리듬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8일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박혜상이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중 아리아 ‘당신은 알게 될 거예요’, 모차르트 콘서트 아리아 ‘누가 내 연인의 괴로움을 알까’ 등을 노래한다. 10일 공연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과 첼리스트 송영훈이 브람스 이중 협주곡을 연주한다.
자네티는 1997년 창단된 경기필이 맞은 첫 외국인 상임지휘자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공부한 자네티는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등 유럽 정상급 악단에서 오페라 지휘로 명성을 쌓았다. 전임 성시연의 조련으로 급성장한 경기필이 새로 맞은 자네티와 함께 어떤 변화를 이뤄갈지 주목되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경기필 발전 중… 내 의무도 이들을 매일 변화시키는 것”
입력 2018-09-07 04:04 수정 2018-09-11 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