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분기 미국 유럽 일본의 3대 중앙은행 보유자산이 5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하는 등 ‘유동성 축소(Quantitive Tightening)’가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높은 외채 비중으로 취약성이 부각된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신용경색에 시달리면서 세계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자 및 소비 위축 등 내수 침체로 성장률이 꺾인 한국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여 온 세계 경제마저 위축될 경우 올해와 내년 각각 2.9%, 2.8%로 제시된 성장률 달성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금융센터는 6일 ‘유동성 축소(QT)’를 주제로 발표한 9월 월간보고서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 3대 중앙은행의 유동성 축소가 하반기에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 중앙은행의 보유자산은 지난해 2조1000억원 증가했으나 올 들어 7월까지 1000억 달러로 증가 규모가 줄었다. 이어 4분기에는 2013년 이후 처음 감소세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앙은행 보유자산 축소는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한다는 의미다.
미 연준의 경우 지난 7월부터 보유 국채와 자산유동화증권(MBS)을 각각 월 240억 달러, 160억 달러 한도로 만기상환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상환 한도를 300억 달러, 20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채 상한액의 경우 올 상반기 900억 달러에서 내년 상반기 1438억 달러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ECB는 다음 달부터 양적완화 한도를 월 300억 유로에서 150억 유로로 축소한 뒤 12월 종료한다. 지난해 양적완화 목표치 80조엔보다 적은 51조엔 매입에 그쳤던 일본은행은 올해에는 8월까지 30조엔으로 더 줄였다.
보고서는 또 미국의 국채 발행 증가로 인한 금리 상승 압력, 달러 강세 등으로 신흥국의 취약성이 더욱 부각될 경우 신용 회수압력 증대로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7개 선진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은행들의 신흥 8개국 신용 익스포저(위험노출 규모)는 2008년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최근 10년간 88.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172.5%) 터키(168.4%) 베트남(128.4%) 인도네시아(110.2%)의 익스포저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들 신흥국의 성장률 및 은행의 부실채권, 총자산이익률(ROA), 자본축적도 등을 감안할 경우 인도네시아가 신용회수 압력에 가장 많이 시달릴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중국 순으로 나타났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터키나 아르헨티나의 경우 대내취약성이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유동성 축소가 가속화할 경우 아시아 국가 중에는 외자 의존도가 높은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시아가 위험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신흥국뿐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 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소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양적완화의 경기진작 효과는 유동성 함정으로 제한적일 수 있지만 양적긴축 기조로 전환할 경우 신용경색 등을 통해 경기 위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유동성 축소가 가세하면서 경제주체들의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자은행들은 올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 평균 3.8%에서 지난 8월 3.7%로, 내년 전망을 3.7%에서 3.6%로 각각 0.1% 포인트 하향조정했다.
특히 미국의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두 차례 정책금리 인상이 예정된 올해보다 내년 이후 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면서 다음 달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경제 전망과 금리 인상 관련 점도표 조정 여부를 주목할 사항으로 꼽았다.
여기에 무역 분쟁을 통한 미·중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어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미국은 다음 달 예정대로 중국의 환율정책을 비난하는 내용의 재무부 환율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11월 중간선거까지 양국 간 대립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
글로벌 유동성 축소 조짐 뚜렷… 세계 경제 위축 우려
입력 2018-09-07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