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건물로 이전을 거부하는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일부 상인의 점포에 6일 수산업협동조합이 세 번째 강제철거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시장 현대화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함에 따라 피로감을 호소하는 상인들도 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집행관과 노무인력 300여명, 수협 직원 200여명이 이날 오전 9시10분쯤 노량진수산시장 구(舊)시장에서 명도소송 강제집행에 나섰다. 상인들이 점유하고 있는 자리와 부대·편의시설 294곳(358명)이 철거 대상이었다.
하지만 상인 등 600여명이 시장 입구에서 이들을 막았다. 상인들이 결성한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와 민주노점상전국연합 회원 소속이다. 이들은 시장 앞에 차량 10여대를 줄지어 주차해 차벽을 설치했다. 밀고 당기는 몸싸움 끝에 강제집행은 1시간 만인 오전 10시20분쯤 끝났다. 다친 사람은 없었다.
지난달 17일 대법원은 2년 넘게 진행된 명도소송에서 수협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강제집행은 수협이 지난달 25일을 퇴거 최종 기한으로 통보했지만 지켜지지 않은 데 따른 조치다.
최영찬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위원장은 “신(新)시장은 임대료가 세 배나 비싸지만 장사도 잘 안 된다”며 “강제적인 방법이 아니라 구시장과 공존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경파와 달리 조만간 신시장에 입주할 의사가 있는 상인도 있었다. 홍모(59·여)씨는 “오늘 강제집행한다고 해서 어젯밤에 나와 지금까지 한숨도 못 자고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며 “너무 지쳤다. 이번에 수협과 협의해서 신시장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미 신시장에 들어간 상인들의 만족도는 엇갈렸다. 2016년 3월 신시장에 입주했다는 한 상인은 “임대료는 비싼데 사람이 안 오니 적자를 보고 있다”며 “다시 나갈 수 있다면 나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모(64·여)씨는 “춥거나 더운 날씨에도 장사하기 편하고 여름철엔 에어컨 덕에 생선이 더 싱싱하게 유지된다”며 “구시장에는 전기·수도시설이 낡아서 불안했는데 지금은 그런 걱정이 없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노량진수산시장 3차 강제집행… 상인·집행관 충돌
입력 2018-09-06 18:52 수정 2018-09-06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