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發 미국행 기내에서 106명 집단 고열·기침

입력 2018-09-06 18:29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출발한 에미리트항공 203편 A380 여객기에 많은 환자들이 발생해 5일 미국 뉴욕 케네디 공항에 비상착륙한 가운데 긴급재난대응팀이 여객기 주변에 모여 있다. AP뉴시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떠나 미국 JFK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내에서 5일(현지시간) 승무원과 승객 등 100여명이 집단으로 건강 이상을 호소해 당국이 원인 조사에 나섰다.

미 질병대책센터(CDC)에 따르면 이날 에미리트항공 203편에 탑승한 승무원과 승객 521명 중 106명이 비행 중 기침과 고열, 구토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항공사로부터 신고를 받은 보건 당국이 착륙한 여객기를 격리하고 탑승자 전원을 검진한 결과 이 중 20명에서 인플루엔자 독감과 유사한 증상이 발견됐다.

CNN방송은 미 보건 당국이 메르스 감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승객 일부는 이슬람 성지순례 기간인 지난달 19∼24일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역대 메르스 환자 중 80% 이상이 발생한 곳이다. 올해 새로 감염된 메르스 환자 108명 가운데서도 106명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병했다.

그러나 보건 당국은 이날 발견된 환자 중에 생명이 위독한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독감 증상을 보인 탑승자 중 11명은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고 입원을 거부한 9명은 추가 검진을 받은 후 집으로 돌아갔다.

항공사 대처가 미흡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승객들은 여객기가 착륙할 때까지 14시간 동안 감염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 비행기에 탑승했던 에린 사이크스는 트위터에 “이륙 전부터 많은 사람이 병에 걸려 있었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며 “이륙 전 마스크를 요청했으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썼다. CDC 관계자는 “여객기 1대에서 한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아픈 것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