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떠나 미국 JFK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 내에서 5일(현지시간) 승무원과 승객 등 100여명이 집단으로 건강 이상을 호소해 당국이 원인 조사에 나섰다.
미 질병대책센터(CDC)에 따르면 이날 에미리트항공 203편에 탑승한 승무원과 승객 521명 중 106명이 비행 중 기침과 고열, 구토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항공사로부터 신고를 받은 보건 당국이 착륙한 여객기를 격리하고 탑승자 전원을 검진한 결과 이 중 20명에서 인플루엔자 독감과 유사한 증상이 발견됐다.
CNN방송은 미 보건 당국이 메르스 감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승객 일부는 이슬람 성지순례 기간인 지난달 19∼24일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역대 메르스 환자 중 80% 이상이 발생한 곳이다. 올해 새로 감염된 메르스 환자 108명 가운데서도 106명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병했다.
그러나 보건 당국은 이날 발견된 환자 중에 생명이 위독한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독감 증상을 보인 탑승자 중 11명은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고 입원을 거부한 9명은 추가 검진을 받은 후 집으로 돌아갔다.
항공사 대처가 미흡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승객들은 여객기가 착륙할 때까지 14시간 동안 감염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 비행기에 탑승했던 에린 사이크스는 트위터에 “이륙 전부터 많은 사람이 병에 걸려 있었다는 것을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며 “이륙 전 마스크를 요청했으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고 썼다. CDC 관계자는 “여객기 1대에서 한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아픈 것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두바이發 미국행 기내에서 106명 집단 고열·기침
입력 2018-09-06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