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명 중 6명, 고령자 많은 청소·경비직 ‘직장 내 괴롭힘’ 심각

입력 2018-09-06 19:00

주로 고령층이 많은 청소·경비·시설관리 직종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만연하다. 노동자 10명 중 6명은 비하발언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소한 실수에도 해고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열악한 고용 여건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청소·경비·시설 근로자를 위한 직장 내 괴롭힘 근절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한국노동연구원 정흥준 부연구위원의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의 직장 내 괴롭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업종의 노동자 가운데 58.8%는 한 번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 고령자가 많이 종사하고 있는 청소·경비·시설관리 직종이 직장 내 괴롭힘에 취약한 것이다. 조사는 서울에 있는 23개 기관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자 331명을 대상으로 됐다.

유형별로 보면 업무상 괴롭힘이 35.5%로 가장 많았다. ‘합당한 이유 없이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실수를 핑계로 해고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다.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근로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을 노린 괴롭힘이다.

실제 고용여건이 더 열악한 비정규직일수록 괴롭힘 노출 정도가 컸다.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 중 정규직의 경우 41.9%가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반면 비정규직은 61.4%가 응답했다.

업무상 괴롭힘 외에도 비하발언, 노동자간 이간질, 관리자의 사적인 일 대행 등 ‘인격적 괴롭힘’의 비중도 20.1%나 됐다. 이어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하는 괴롭힘 16.3%, 폭행 위협 등 물리적 괴롭힘 13.7% 등이었다. 10명 중 1명 꼴로 성적인 괴롭힘(10.1%)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혼자 일하는 노동자가 집단일 때보다 괴롭힘에 더 취약했다. 주로 팀제로 운영되는 청소·미화 업무 종사자의 경우 53.6%가 괴롭힘을 당한 반면, 홀로 근무하는 경비직은 79.3%가 괴롭힘을 당했다고 대답했다.

정부는 지난 7월 직장 내 괴롭힘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직장 내 괴롭힘 개념규정 도입, 괴롭힘 근절을 위한 관련 법령 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분야별 대책은 발표 당시 문제가 됐던 직종에 집중돼 있다. 간호사 직종에서 일명 ‘태움’으로 불리는 괴롭힘, 대학원생 조교 등 교육 분야에서의 괴롭힘, 문화예술·체육 분야에서의 괴롭힘 등이다. 정 부연구위원은 “관리자의 직장 내 괴롭힘이 고령자 친화 직종이라고 여겨지는 청소·경비·시설관리에서 두드러지게 관찰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