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피난길 입대 후 전사… 68년 만에 아내 품에

입력 2018-09-07 04:04
6·25 전사자 김정권 이등중사의 아내 이명희씨(오른쪽) 등 유족들이 6일 경남 통영에서 열린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에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로부터 김 이등중사의 유해 발굴 과정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국방부 제공

6·25전쟁 피난길에 군에 입대했다가 전사한 남편이 68년 만에 할머니가 된 아내에게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6일 경남 통영에서 고(故) 김정권 이등중사의 전사자 신원확인 통지서와 유품 등을 가족에게 전달하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열었다. 이날 가족의 품으로 귀환한 김 이등중사는 1946년에 결혼했다. 4년 뒤 6·25전쟁이 발발한 직후 아들이 태어났다.

김 이등중사는 가족과 함께 피난을 떠났지만 군 입대를 피하지 않았다. 50년 8월 31일 입대해 경북 경산·영천 일대에서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뒤 1사단에 배치됐다. 낙동강 방어선 전투와 평양 탈환 작전에도 투입됐다. 이후 국군은 중공군 가세로 임진강까지 후퇴했다. 김 이등중사는 51년 4월 임진강과 서울 서북방 지역을 방어하기 위한 델타방어선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망 당시 김 이등중사의 나이는 23세였다.

아내는 89세 할머니가 돼서야 유해로 돌아온 남편을 만났다. 아내 이명희 할머니는 국방부 유해발굴단으로부터 단추, 칫솔, 버클 등 남편의 유품을 국방부 장관 위로패와 함께 전달받았다. 이 할머니는 “이제라도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라며 눈물을 쏟았다.

김 이등중사가 입대했을 때 태어난 지 1개월여 됐던 아들은 칠순을 앞둔 할아버지로 자랐다. 아들 김형진(69) 할아버지는 “확률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 같은 귀환”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공교롭게도 유전자(DNA) 분석을 통해 김 이등중사의 신원이 최종 확인된 날은 김 이등중사의 아들과 손자의 생일인 지난 7월 5일이었다.

김 이등중사 유해는 지난해 10월 경기도 파주 박달산의 무명 170고지에서 발굴됐으며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6·25전쟁 이후 수습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 13만3000여구 유해 중 현재까지 1만여구 유해가 발굴됐다. 1만여구 중 김 이등중사를 포함해 129구 유해의 신원 확인이 이뤄졌다. 이학기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은 “유가족의 DNA 시료 채취가 돼 있을 경우 20년 후 발굴되는 유해와도 DNA 비교·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