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000만명 이상이 암으로 투병 중이고 매년 100만명 이상이 암으로 사망한다. 우리나라의 암 환자 치료비는 연간 6조원(2016년)을 훌쩍 넘어섰다. ‘현대인의 가장 큰 적은 암’이란 말이 과장된 게 아님을 보여주는 통계다. 전립선암으로 투병하던 저자는 “수술 전날 밤 이 글을 쓰게 됐다”는 고백으로 서문을 연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그렇듯 암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그가 말하는 ‘낭비하지 말아야 할 것’의 대상은 질병에 그치지 않는다. 고난과 아픔뿐 아니라 건강, 명예도 낭비하지 않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모든 환자를 낫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은 아니며 그렇기에 투병하는 것 자체로도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한다.
목차에 써 내려간 11개의 문장은 고난 속에서 아픔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는 한 줄 메시지와도 같다. 하나같이 ‘암을 낭비하는 것입니다’로 마무리되는 문장 앞에는 독자 자신에게 대입해 봤을 때 현 상황을 낭비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열한 가지 전제가 소개된다. ‘암에 걸린 것이 하나님의 선한 계획임을 믿지 않는다면’ ‘죽음에 대해 묵상하기를 피한다면’ ‘하나님에 대해서보다 암에 대해 더 열심히 공부한다면’ ‘투병 중에 서로 사랑하지 않고 자신을 고독 속에 가둔다면’ ‘암에 걸린 후에도 죄에 대해 무감각하다면’ 등 영혼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돼 주는 문장들이다.
각 문장에 이어지는, 길어야 4쪽을 넘지 않는 묵상과 권면은 ‘고난이 주는 의미를 깨달을 때 비로소 이를 낭비하지 않는 것’이란 메시지로 귀결된다. 저자는 병상에서 시간을 보내며 체득한 메시지를 담아 2년 전 139쪽, 무게 157g짜리 책을 출간했다. 이번엔 딱 절반인 69쪽에 암 투병 후 전하는 메시지를 모았다. 손에 들기엔 작고 가볍지만 열한 문장을 중심으로 녹아있는 묵상의 여운은 깊고 묵직하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한 손에 쏙 잡히는 책] 암 투병 존 파이퍼 목사가 쓴 ‘병상 위 묵상’
입력 2018-09-0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