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에서 창업 주역인 유승민(사진 ) 의원의 ‘부재 중’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유 의원은 6·13 지방선거 이후 의도적으로 당과 거리를 두면서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내에서는 “유승민은 당에서 마음이 떠난 사람”이라는 말까지 나돌지만 유 의원은 침묵한다. 그 침묵을 두고 유 의원이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에게 큰 상처를 받았다, 지금의 바른미래당 노선에 불만이 많다 등의 여러 해석이 따라 붙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2일 손학규 신임 대표가 당선된 전당대회 자리도 끝내 등장하지 않았다. 3일 바른미래당이 국회에서 개최한 전체 의원 워크숍에도 불참했다. 그날부터 개회한 정기국회 본회의장이나 상임위원회에는 꾸준히 모습을 보이면서도 당쪽으로는 고개를 돌리지 않는 것이다.
유 의원의 측근인 지상욱 의원도 최근 당 행사에 좀체 나타나지 않으면서 바른미래당의 두 뿌리인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간 간극을 드러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4일 손 대표가 “4·27 판문점 선언 비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하자 지 의원이 바로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당 지도부의 입장을 밝히라”는 성명을 내는 일도 있었다. 유 의원 역시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진성 보수를 자처한다.
바른정당 출신 한 의원은 5일 “우리가 올 초 합당할 때는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결합이라고 했는데 저쪽(국민의당 출신)에서 자꾸 보수를 지우려 하면 통합의 정신을 버린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이념적 지향을 명확히 정리 못하는 당 운영에 대해 유 의원이 실망한 것 같다. 지금의 행보는 일종의 보이콧일 수 있다”고 전했다.
손 대표 체제 출범으로 유 의원의 당내 활동반경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앞으로의 야권 재편에 대한 양쪽의 구상 역시 다를 것이란 게 중론이다.
손 대표는 ‘화학적 결합’을 내세우며 당 사무총장에 바른정당 출신 오신환 의원을, 대표 비서실장에 국민의당 출신 채이배 의원을 앉히는 등 자기 색깔 입히기에 시동을 걸었다. 유 의원과 관련해서는 “안철수 전 의원이 독일로 출국한 상황에서 본인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당 화합에 어긋날 수 있다고 판단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후일을 도모하려 준비에 들어갔다고 해도 당장 탈당 등의 ‘액션’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유달리 ‘명분’을 중시하는 그의 성향에 비춰볼 때, “보수 개혁”을 주창하며 결별한 자유한국당으로의 복귀는 현 상태에서 명분이 없고, 다른 대안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지호일 이종선 기자 blue51@kmib.co.kr
유승민은 잠행 중, “당에서 마음이 떠난 건가”
입력 2018-09-06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