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익률 ‘쪽박’은 아니다, 일본 이기고 캐나다엔 졌다

입력 2018-09-06 04:00

국민연금의 올해 상반기 수익률이 캐나다 공적연기금보다 못했지만 일본 공적연기금보다는 나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안정성을 위해 채권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보수적 투자전략’이 되레 수익률을 깎아 먹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지만 선진국 연기금처럼 주식 비중을 확대해야 장기적으로 수익률에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하나금융투자가 주요 4개 연기금의 올 상반기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캐나다 공적연기금이 6.6%로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의 수익률은 1.2%로 추산됐다. 국민연금은 0.9%(지난해 7.26%)를 기록했다. 일본 공적연기금은 -1.9%로 손실을 봤다.

올해 세계 금융시장의 부진으로 글로벌 연기금의 성과는 대부분 지난해보다 저조한 편이다. 다만 한국과 일본 연기금의 성적은 유독 나빴다. 하나금융투자는 보수적 투자전략을 이유로 꼽았다. 아시아 지역의 연기금은 주식 같은 위험자산보다 안정성 높은 채권에 투자하는 비율이 높다.

캐나다 공적연기금은 주식에 59.1%, 채권에 17.4%를 투자한다. 반면 국민연금은 주식 투자 비중이 39%, 채권은 50.4%다. 그나마 주식도 국내 주식이 20.8%를 차지해 해외 증시의 호황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일본 공적연기금의 투자 비중은 주식 54.5%, 채권 45.5%로 다른 연기금에 비해 채권 투자가 많은 편이다. 일본은 특히 엔화 강세로 해외 투자 성과가 좋지 못했다.

국민연금은 2010년 이후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채권 위주의 전략을 펼친다. 연기금이 장기 투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전략은 불리할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 김훈길 연구원은 “주식투자자들이 손실을 보는 이유는 투자회수 기간이 짧기 때문”이라며 “증시에 장기 투자하면 글로벌 경제가 계속 위축되지 않는 한 대부분 국공채 수익률 이상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 투자 과정에서 여러 리스크가 발생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장기 투자자의 강점을 스스로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의 올 상반기 수익률을 연간 수익률로 환산하면 1.47%다. 한국교직원공제회(연 환산 수익률 5.3%)와 비교해도 낮다. 국민연금이 대체투자(부동산, 원자재,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이 낮고 채권 비중이 높은 게 한몫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 운용자산의 덩치가 큰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시장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늘려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