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산은 늘렸는데 집행률은 25%, 돈 제대로 못쓰는 일자리 정책

입력 2018-09-06 04:03
김영주(오른쪽 두번째)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 20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에서 열린 경제단체장과 간담회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정부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이 청년 1명을 추가 고용하면 3년 동안 연간 900만원을 지원한다. 이 사업의 예산 집행률은 지난달 기준 24.7%에 불과하다.

‘일자리 정부’를 외치며 의욕적으로 내놓은 사업 중 일부가 현저히 낮은 집행률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지원 대상인 기업의 움직임을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예산을 과다 책정한 탓이다. 제대로 쓰이지 못한 돈은 정말 필요한 곳에 사용되지 못한 채 ‘불용(不用)’ 처리된다. 확장 재정으로 경기를 떠받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가 정작 예산사업 설계·집행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에 투입된 나랏돈은 본예산에 추가경정예산까지 더해 3417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달 말까지 쓴 돈은 844억원이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신청 인원으로 따지면 집행률이 낮지 않다고 강변한다. 5일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신청 인원은 4만9275명이다. 목표(9만명)의 54.8%를 달성했다. 고용부는 신청 추세를 감안하면 연말까지 목표를 채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돌려 말하면 집행 금액과 신청 인원 사이에 큰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54.8%와 24.7% 사이의 격차는 사업 설계상 허술함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이 사업을 짜면서 신청자가 1월부터 12월까지 고르게 들어온다고 예측했다. 1인당 평균 6개월치 지원금을 준다고 가정하고 본예산을 배정했다. 지난 6월 추경 편성 때는 평균 지급기간을 4.8개월로 잡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업주들은 정부 예상과 딴판으로 움직였다. 고용부 관계자는 “추경이 6월에 확정되다 보니 채용을 준비하던 기업들이 추경 통과 여부를 보면서 채용 시기를 늦추는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용시기가 지연되면서 평균 지원기간도 정부 예상보다 짧아졌다. 결국 정부가 기업의 채용시점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1인당 예상 지급액을 과다 책정한 셈이다.

하반기에 신청 인원이 급증해 9만명을 채우더라도 예산은 남아돌 수밖에 없다. 남은 돈은 다른 사업에 다시 투입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지출 효율성은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한 일자리안정자금 역시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으로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자는 229만1000명이다. 정부가 추정했던 대상 인원 236만4000명의 96.9%에 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쓴 돈은 1조165억1000만원으로 책정 예산(2조9293억7200만원)의 34.7%에 불과하다. 신청자 1명에게 매월 13만원을 12개월간 주는 상황을 전제로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권에 있는 신청자들이 이직하거나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잦아 지급기간은 평균 10개월 정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 일자리안정자금 신청 대상자를 2만명 더 늘려 잡고도 예산은 1500억원 줄였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