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과열에 발목 잡힌 ‘박원순 마스터플랜’

입력 2018-09-05 21:58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는 13일 민선7기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려다 연기했다.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만큼 일단 상황을 지켜보며 숨고르기를 하는 모습이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박 시장은 13일 시장후보 시절 내놨던 공약을 바탕으로 ‘시정운영 4개년 운영계획’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추석 이후로 연기했다. 시정운영 4개년 운영계획은 자문위원회인 더깊은변화위원회와 서울시 실·국·본부가 박 시장 공약을 다듬어 앞으로 어떤 정책을 중심으로 시정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마스터플랜이다.

박 시장은 민선6기 당시엔 임기 시작 두 달 만인 2014년 9월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바 있다.

앞으로 남은 임기의 이정표가 될 종합계획 발표가 미뤄진 배경은 요동치는 부동산 시장 때문이다. 서울 집값은 계속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더해지며 매물이 사라지고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박 시장이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경우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혹시라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추석 이후로 발표 시점을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최근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을 보류한 데 이어 시정운영 계획까지 부동산 이슈에 발목 잡힌 상황이 답답하다는 분위기다. 지난 7월 싱가포르에서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 구상을 밝힌 박 시장은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비난 속에 지난달 26일 개발 계획을 보류했다. 서울시는 부동산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겠다며 마스터플랜 발표 시점을 연기했지만 내용을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여당이 서울지역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며 그린벨트 해제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도 서울시로서는 큰 부담이다. 서울시 측은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에 대해서 동의한다”면서도 “그린벨트의 경우 미래세대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마지막까지 고민해야 할 영역”이라는 입장이다. 정부와 협의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지만 시 내부에서는 그린벨트 해제만큼은 안 된다는 입장이 꽤나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을 주장했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가세하면서 서울시에 대한 그린벨트 해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가 또 다른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대신 도심 유휴지를 적극 발굴하거나 주택 매입 등의 방식으로 주택 공급 부지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