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동신문, 특사단 방북 맞춰 “외부 도움 없이 경제강국 건설”

입력 2018-09-05 18:2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주규창 노동당 중앙위원회 고문의 영구(시신을 담은 관)를 찾아 애도하는 모습.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5일 보도했다. 주규창은 과거 미사일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북한 군수공업 분야의 원로다. 노동신문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 방북한 가운데 북한이 종전선언과 자력 경제개발을 강조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북한이 대북 제재 완화보다는 종전선언을 받아내는데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외무성은 4일 홈페이지 ‘공식입장’ 코너에 외무성 산하 군축 및 평화연구소의 김용국 소장이 쓴 ‘조선반도(한반도)에서의 평화체제 구축은 시대의 절박한 요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소장은 글에서 “조·미(북·미) 사이의 신뢰조성에서는 무엇보다도 조선반도에서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정치적 의지의 발현으로서 종전을 선언하는 것이 첫 공정”이라며 “당사국들의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종전선언부터 채택하여 전쟁상태부터 끝장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주장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우리의 힘으로 경제강국을 보란 듯이 일떠세울 것이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언제 한번 남의 도움을 받아 경제건설을 하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일심단결·자력자강·과학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기의 힘, 자기의 손으로 부흥하는 강국을 일떠세워나가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강용한 모습과 주체 조선의 강대함을 절감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종전선언으로 체제안전 보장을 꾀하면서 자력적인 경제개발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금 북한은 종전선언을 받아내 인민들에게 전쟁 없이 경제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걸 보여주길 원한다”며 “북한 입장에서 종전선언은 비핵화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치력을 인정받는 기회가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대북 제재 완화에 관한 문제보다는 인민들이 내부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북한은 자력자강, 자립을 우선시함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얻은 게 아무 것도 없으니 인민들에게 새롭게 과시할 수 있는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현재 북한은 과정이 복잡한 대북 제재 완화보다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종전선언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잠행을 이어오던 김 위원장은 16일 만에 북한 매체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당 중앙위원회 고문 주규창 동지의 서거에 즈음하여 9월 4일 고인의 영구를 찾으시고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이 북한 매체에 보도된 것은 지난달 21일 묘향산의료기구공장 현지지도 및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의 영결식 참석이 마지막이었다. 주규창은 당 기계공업부 부장 등을 역임한 북한 군수공업 분야의 원로로 미사일 개발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