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에서부터 시작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까지 ‘독설’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오지랖퍼(오지랖이 넓은 사람)’ ‘미친 예산’ 등 일부 표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격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 원내대표는 50분간의 연설 대부분을 현 정부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비판에 할애했다. 그는 연단에 오르자마자 마이클 잭슨의 ‘문 워킹’ 댄스 영상을 본회의장에서 틀며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가져온 혼란으로 마이클 잭슨의 문 워킹처럼 한국 경제가 미끄러지듯 뒷걸음질치고 있다”고 비꼬았다. 이어 “소득주도성장은 이 정권이 국민을 현혹하는 보이스피싱이자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로 가는 레드카펫”이라며 “소득주도성장 굿판을 당장 멈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정권은 세금 뺑소니 정권”이라며 “임기 중 무차별 세금 살포로 인기를 관리하고 임기 후 줄행랑치겠다는 심보”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 의장을 향해서도 비난을 퍼부었다. 지난 3일 문 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 중 ‘대통령은 개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다’는 표현에 대해 “의장이 블루하우스(청와대) 스피커를 자처하시느냐. 입법 수장으로서 격도, 균형감각도 상실한 ‘코드 개회사’였다”고 맹비난했다. 연설문 초안에는 없던 내용이다.
문 의장은 이에 대해 “따끔한 충고 잘 들었다. 저는 평생 국회가 국회다워야 한다는 의회주의자”라며 “의장을 하는 동안 청와대 말에 흔들리는 일이 있다면 제 정치인생을 다 걸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장이 모욕당하면 국회가 모욕당한 것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주기 바란다”며 뼈 있는 말을 덧붙였다. 문 의장은 이 말을 하는 동안 눈시울이 붉어진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도 고함을 치며 일제히 항의했다.
김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의 대안으로 ‘출산주도성장’을 제안하며 국가가 출산장려금 2000만원과 아이가 성년에 이르기까지 1억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정책 도입을 촉구했다. 또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동시 추진,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기, 대기업 고용세습 원천봉쇄 법제화 추진 구상도 밝혔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저급한 말잔치에 머문 연설”이라고 깎아내렸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도 페이스북에 “교섭단체 대표연설인지, 저잣거리에서 토해내는 울분에 찬 성토인지 귀를 의심했다”고 적었다. 바른미래당도 “연설에 품격이 없었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문희상 의장 눈시울 붉히고 국회 쑥대밭 만든 김성태의 독설
입력 2018-09-05 18:28 수정 2018-09-05 2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