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가성비 높인 ‘중가폰’으로 시장 공략 채비

입력 2018-09-06 04:01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가 스마트폰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스마트폰 사업 전략을 수정한다. 기존에는 프리미엄 고가 제품에만 방점을 찍었다면 앞으로는 중가 제품에도 특화기능을 먼저 넣고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스마트폰 시장 정체로 프리미엄폰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가 스마트폰을 강화한다는 건 같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가성비 제품이 반드시 필요하다. 삼성전자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 대표이사는 4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밀레니얼 세대 공략을 위해 중가폰에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출시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말했다.

최근 샤오미는 인도에서 갤럭시 노트9과 비슷한 사양의 ‘포코 F1’을 30만원 초반대 가격에 출시했다. 출시 5분 만에 3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뿐만 아니라 오포, 비보, 화웨이까지 중국 업체들은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시장에서 가성비 제품으로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로선 낮은 가격 라인업에서도 하드웨어적으로 특화된 만족을 제공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될 상황이 된 셈이다.

삼성전자의 중가 라인업은 A6, A8 등이다. 올해 출시된 A시리즈는 카메라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A8은 갤럭시 시리즈 최초로 전면 듀얼 카메라를 탑재했고 A8 스타는 전면에 2400만 화소 카메라를 넣었다. 카메라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층을 겨냥한 것이다.

지금까지 출시 주기를 고려하면 올해는 더 이상 중가 라인업에서 신제품 출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장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는 중국, 인도에서 신제품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체질개선을 위해 중가폰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과 미국 중심으로 판매하는 LG전자의 경우 중국 업체와 직접적인 경쟁을 할 상황은 아니다.

LG전자는 그동안 G, V 시리즈를 프리미엄에 포진시키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X시리즈로 대응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못 얻은 G, V 시리즈가 중가 시장 대응카드로 사용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LG전자의 스마트폰 수익구조는 계속 악화일로를 걸었다.

지난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이후 LG전자는 중가 라인업에 Q시리즈를 배치했다. 올해도 Q7과 Q8 2018 2가지 모델을 내놨다.

LG전자는 ‘모듈화’를 통해 G, V 시리즈의 프리미엄 기능을 Q시리즈에도 적용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 부회장은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 “밖에서 보기엔 더디지만 스마트폰은 잘 가고 있다. 고가-중가-저가 구성이 제대로 되고 있다”면서 “손익구조는 상당부분 정리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