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는 12명의 제자들과 구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많은 군중이 따랐지만 제자들의 수는 많지 않았다. 훈련받은 제자들은 목숨을 걸고 복음을 전했다. 많지 않은 수였지만 이들이 구한 생명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인류를 구했으니 말이다. 제자훈련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교회를 담임하는 목사들의 관심사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있다. 교회가 급성장하던 1960∼70년대야 교인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성장보다 성숙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건강한 교회는 구성원이 얼마나 건강한지에 좌우된다. 대구 푸른초장교회 담임목사인 저자도 제자훈련에 목회 인생을 걸었던 인물. 책은 교회와 함께 울고 웃었던 교인들의 이야기 창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저자는 ‘우정으로 세운 제자훈련 목회’라고 자신의 목회를 정의했다. 제자훈련을 받은 교인들이 우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똘똘 뭉쳤다. 이 두 가지 키워드는 저자가 ‘단단한 교회’를 세우는 데 가장 필요했던 가치였다.
시작은 미약했다. 96년 신혼 방에서 교회를 개척한 저자는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모든 걸 잃었다. 절망의 끝에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제자훈련지도자(CAL)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고 옥한흠 목사의 광인론을 접하고 제자훈련에 눈을 떴다. 전 교인 7명을 대상으로 99년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훗날 저자는 “이 시절 사람의 노력으로는 얻기 힘든 은혜의 흔적이 영혼에 새겨졌다”고 회상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훈련받은 교인들은 ‘일당백’의 헌신을 보여줬다. 목사 사례비가 50만원이던 때 300만원을 들여 단독 선교사를 파송했다. 교회는 여전히 빚더미에 있었지만 설립 10주년이 되던 해 안동제자교회를 기념교회로 개척했다. 그런 뒤에야 교회 건축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교회는 이와 반대되는 순서를 지향한다. 우리 교회에 우선순위를 두게 마련이다. 어느 쪽이 옳다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푸른초장교회 교인들은 남들이 걷지 않은 길을 걸었다. 제대로 된 제자훈련이 이 같은 결정을 하는 데 자양분이 됐다.
교회 개척과 실패, 눈물겨운 사연들로 시작되는 책은 목회현장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제자훈련 가이드’로 마무리된다. 제대로 된 제자들이 만들어 갈 미래교회의 모습이 궁금한 독자들에게 권한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제자훈련으로 일군 건강한 교회 이야기
입력 2018-09-07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