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건축상 대상에 녹색건축 ‘PLACE 1’

입력 2018-09-04 22:15
올해 ‘서울시 건축상’ 대상 수상작으로 결정된 KEB하나은행 삼성동지점 건물인 ‘PLACE 1’. 김용관 작가 제공
건축가 민현식
사각의 고층빌딩들이 가득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올록볼록한 외관으로 눈길을 끄는 흰색 건물이 하나 있다. “문어 빨판처럼 보인다”거나 “멍게같이 생겼다”며 보는 사람들마다 재미있어 한다. ‘PLACE 1’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건물은 KEB하나은행 삼성동 지점이다. KEB하나은행이 모바일뱅킹 시대를 맞아 기능이 퇴색해 가는 은행 공간의 미래적 형태를 제시한다며 지난해 리모델링을 거쳐 선보인 건물이다.

서울시는 PLACE 1을 ‘2018년 서울시 건축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4일 발표했다. 올해로 36회를 맞이한 서울시 건축상은 서울시 건축분야 최고 권위의 상이다.

김영준 서울시 총괄건축가를 포함해 5명의 건축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PLACE 1에 대해 “리모델링, 친환경성, 녹색건축, 앞선 기술 도입 등 이 시대가 건축에 요구하는 덕목을 두루 갖췄으며 이를 뛰어난 조형과 공간으로 녹여낸 건축적 성취가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PLACE 1은 은행의 업무 공간을 대폭 줄여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제공한 점이 특징이다. 일반인들이 은행 업무와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지하부터 옥상까지 층마다 서점, 갤러리, 카페, 레스토랑 등을 배치했다. 은행은 오후 4시면 문을 닫지만 이 건물은 저녁 11시까지 오픈한다.

건물 외벽은 기존 건물의 유리 외벽에 하얀색 콘크리트 외벽을 덧씌워 이중외피로 구성했다. 콘크리트 외피는 조형적 효과 외에도 차양 역할을 해서 유리 건물의 단점인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콘크리트로 3차원의 올록볼록한 형상을 만든다는 게 극히 어렵지만 철근을 쓰지 않고도 기존 콘크리트보다 3배 이상의 강도를 가진 신소재 고강도 콘크리트(UHPC)를 도입해 예술적 형태를 구현할 수 있었다. 볼록하게 돌출된 부위에는 지름 2m의 디스크 178개를 설치해 미디어 작품을 전시하는 오픈갤러리의 성격을 띠게 했다.

이 건물을 설계한 김찬중 ㈜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PLACE 1은 친환경성과 지역자산화라는 개념을 추구한 건축물”이라며 “민간 건물이지만 높은 공공성을 가졌다는 점을 높게 평가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남대교 북단 대로변의 흰색 건물 ‘한남동 현창빌딩’, 울릉도의 새로운 명소로 부상한 ‘코스모스 리조트’ 등 곡선미를 살린 건축물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서울시 건축상에는 총 116작품이 응모해 대상 1점과 최우수상 4점, 우수상 9점이 선정됐다. 최우수상은 코오롱 One&Only타워, 은혜공동체 협동조합주택, 수락행복발전소, 예진이네 집수리가 받았다.

서울시 건축상에서 2014년부터 선정하기 시작한 ‘올해의 건축가상’에는 원로 건축가 민현식(72·사진·건축사사무소 기오헌 대표)씨가 선정됐다. 민 대표는 승효상, 조성룡, 김인철 등과 함께 한국적 건축론의 입론을 주도한 ‘4·3그룹’의 일원으로 ‘비움의 건축’을 추구해 왔다. ‘미술관 같은 공장’이라고 불리는 신도리코 본사와 공장들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돈의문박물관마을 조성사업, 북부여성창업플라자 리모델링 등 서울시 도시재생 프로젝트도 수행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