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터키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들이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잇따라 긴급조치를 발표하고 나섰다. 하지만 터키 리라화 폭락에서 불거진 신흥국의 금융위기는 진정되기는커녕 도미노처럼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3일(현지시간) 정부부처를 절반으로 줄이고 곡물 수출세를 부과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초긴축 정책을 발표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 재정 수입을 늘려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 2019년부터 주요 수출품인 곡물에 수출세를 적용하고 19개 정부부처를 절반 이하로 줄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가 비상경영을 예고한 아르헨티나 정부는 조만간 과학기술, 문화, 에너지, 농업 관련 10∼12개 부처를 통폐합하고 국방과 경제, 외교 등 필수적인 부처 위주로 개편할 방침이다. 공무원 대량 해직에 따른 사회적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2월 단행된 곡물 수출세 인하 정책이 뒤집어지면서 유권자 불만이 높아져 마크리 대통령의 재집권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이런 극약처방은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500억 달러(약 56조원) 조기집행을 요청하며 약속한 정부 재정지출 축소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이 시장에 퍼지면서 페소화 가치는 지난주에만 16%, 올 들어 50% 떨어졌다. 최근 금융시장 안정책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터키중앙은행은 이날 급격한 물가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오는 13일 통화정책회의에서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이 물가 관리에 효과적인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터키중앙은행은 소극적이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정책 수단이 먹히지 않자 결국 무릎을 꿇었다. 다만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금리 인상이면 리라화 폭락을 막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인 목사 구금으로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터키는 리라화가 연일 폭락하면서 인플레이션 역시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터키의 8월 물가상승률은 17.90%로, 현행 물가지수 산출방식이 도입된 2003년 10월 이래 최고치다. 워싱턴포스트(WP)는 “터키 리라화가 올해 달러 대비 40% 추락해 부채 만기가 도래하면 상환이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터키를 시작으로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다른 신흥국의 부채 상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날 인도네시아 루피화, 이란 리알화, 브라질 헤알화 등이 각 정부의 방어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에 따르면 세계 총 부채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 97조 달러에서 2018년 현재 169조 달러까지 급증했다. 신흥국의 경우 내부적인 문제도 있지만 최근 미국 주도의 무역전쟁과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지는 이유도 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신흥국의 위기는 심각한 수준이며 전 세계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신흥국에 투자한 미국과 유럽 은행의 건전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다급한 아르헨 “정부부처 半으로” 버티던 터키 “금리 인상”
입력 2018-09-0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