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도서관을 방문한 이유, ‘토목 SOC’ 대신 ‘생활 SOC’ 추진

입력 2018-09-04 17:57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서울 은평구 구산동 도서관마을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주민들 주도로 도서관 건립 운동이 시작돼 만들어진 이 도서관은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의 대표적 사례로 꼽혀 문 대통령의 현장 방문이 이뤄졌다. 이병주 기자

문재인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인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이 돛을 달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생활 SOC의 필요성을 언급한 뒤 처음으로 4일 서울 은평구의 도서관을 찾아 지속적인 정책 추진을 약속했다. 정부는 대규모 토목공사 대신 주민밀착형 기반시설 건설로 일자리 확충 및 주민 삶의 질 향상을 꾀할 방침이다. 다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문 대통령은 서울 구산동의 구립 도서관마을(도서관의 명칭)을 방문해 “정부는 국민 골고루 잘 사는 사람중심 경제를 지향한다”며 “과거 대규모 토목 SOC와 차별화된 생활 SOC 마련을 위해 중장기 계획을 세워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 SOC는 도서관, 체육시설, 어린이집, 문화시설, 주택 등 생활과 밀접한 소규모 인프라를 뜻한다.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주민들의 서명운동으로 도서관 건립 운동이 시작돼 열매를 맺게 됐다. 사업기획과 운영 등에 지역 주민들이 참여한 생활 SOC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최근 규제혁신 현장방문에 더해 문 대통령의 현장중심 쌍끌이 경제 행보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도로, 항만 등에 투자해 경제 발전을 이뤘지만 상대적으로 우리 일상에 필요한 생활기반 시설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며 “정부는 국민 골고루 잘 사는 사람중심 경제를 지향한다. (생활 SOC 확충은) 사람에 대한 투자이며, 공존하는 포용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 투자도 지역 밀착형 생활 SOC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역 밀착형 생활 SOC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해주기 바란다”며 처음으로 생활 SOC를 언급했다. 정부는 지난달 생활 SOC 예산을 올해 5조8000억원 규모에서 내년 8조7000억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지원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생활 SOC 확충을 내세운 데는 고용지표 악화 등 최근 경기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재인정부는 SOC 투자는 줄이고, 복지는 확대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SOC 예산 감축이 겹치며 일자리 창출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때문에 청와대가 경기도 부양하고, 과거 정부처럼 토목·건설 중심의 기존 SOC에 손을 댄다는 비판도 피하기 위해 생활 SOC 카드를 꺼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규모 토목공사에 정부 예산이 들어가더라도 낙수효과가 있다는 보장이 없다”며 “생활 SOC는 직접적인 복지 증진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생활 SOC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방향 제시가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은 “소규모 건축시설만 늘려서는 지역 균형발전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며 “생활 SOC의 애매한 개념이나 범위부터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