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 2016년 최순실 측근 소송 자료 청와대에 제공 의혹

입력 2018-09-04 18:16 수정 2018-09-04 23:44

‘양승태 대법원’이 ‘국정농단’ 당사자 최순실씨의 측근인 박채윤씨 특허 분쟁 소송 관련 자료를 청와대에 불법 제공한 단서를 잡고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박씨는 최씨의 단골 성형외과 원장인 김영재씨 부인이다. 검찰은 대법원이 박근혜정부 청와대의 직접 요청에 따라 이를 실행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대법원이 2016년 초 대법원 계류 중이었던 박씨 소송에 대한 내부 논의 방향 등 대외비 정보를 청와대에 전달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이 사건 원고인 C사를 대리하고 있던 D특허법인의 수임 내역과 연도별 수임 순위 자료도 대법원을 통해 청와대에 넘어갔다고 한다.

이 특허 분쟁은 박씨가 대표인 Y사가 출원한 ‘의료용 실 삽입장치 및 실 삽입 시술 키트’ 특허를 C사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C사는 2014년 10월 특허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2015년 11월 패소한 뒤 즉각 상고했다. 하지만 2016년 3월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이 나오면서 패소가 확정됐다. 청와대 측에 자료가 넘어간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다. 검찰은 ‘박근혜 청와대’가 관심을 표명한 이 사건을 대법원이 박씨에게 유리하게 처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사실상 재판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청와대로 보낸 소송 정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인사는 유모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현재 변호사)이다. 그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재판 중인 김경수 경남도지사 변호를 맡고 있다. 다른 ‘박근혜 청와대’ 관심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본다. 박씨가 2013년 말 박 전 대통령을 만나 특허 소송 민원을 전달한 사실은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이미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은 정호성 당시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과 안종범 경제수석에게 박씨를 도와주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지시가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을 통해 대법원에도 전달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행정처가 2015년부터 허위 증빙서류를 작성해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 예산을 빼돌려 3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내부 문건)도 잡고 비자금 규모를 확인 중이다. 운영비는 모두 현금으로 조성됐으며 상고법원 추진 등 당시 현안 대응에 나선 고위법관의 격려금 및 대외활동비로 지급됐다고 한다. 당시 대법원 예산담당자는 검찰 조사에서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강형주 당시 행정처 차장과 박병대 당시 행정처장(대법관)이 국회 예산 신청 과정에서부터 이에 간여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동성 구자창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