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장애학생 부모들이 ‘무릎 호소’까지 했던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문제가 1년 만에 합의에 이르렀다.
서울시교육청은 김성태(서울 강서을) 자유한국당 의원, 강서특수학교설립반대비상대책위원회와 ‘강서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합의문’을 도출해 4일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이들 세 주체가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협력하되 국립한방의료원 건립 등 지역 발전에도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인근 학교 통폐합 시 해당 부지가 한방의료원 설립에 쓰일 수 있도록 최우선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또 특수학교가 들어서는 옛 공진초등학교의 교사동은 주민복합문화시설로 건립하기로 했다. 신설되는 특수학교인 서진학교에는 강서구 학생을 우선 배정한다.
비대위는 합의문에서 “특수학교 설립 이후에는 장애·비장애, 특수학교·일반학교를 떠나 강서구민으로서 함께하는 아름다운 강서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도 “더 이상 특수학교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돼서는 안 되기에 분열과 다툼을 넘어 상생의 전례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했다.
합의문은 지난해 9월 5일 장애학생 부모들이 주민토론회에서 특수학교 설립 반대 주민들 앞에 무릎을 꿇고 호소한 지 꼭 1년 만에 작성됐다. 김 의원과 이곳 주민들은 강서구에 이미 특수학교가 있고 공진초 부지는 한방병원이 들어설 곳이라며 특수학교 신설을 반대해 왔다. 교육청이 올해 초 서진학교 등 2곳의 설계를 확정했지만 반대는 여전했다. 지난 3월 옛 공진초에서 열린 설명회에서는 반대 측의 기습 집회가 열리고 고성이 오갔다.
갈등이 1년 만에 극적으로 봉합됐지만 아쉽다는 목소리도 크다. 한방병원 설립 추진은 특수학교에 대한 대가성으로 읽힐 수 있어 특수학교와 장애학생에 대한 인식을 오히려 악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강서특수학교 학부모 대표를 맡아온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지난해 무릎을 꿇으면서까지 호소했던 건 결국 특수학교를 혐오시설로 보는 인식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며 “합의문을 보면 특수학교는 한방병원 등 일종의 대가가 필요한 시설이란 인식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는데, 앞으로 설립 예정인 다른 특수학교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합의문 도출 과정에서 장애학생 부모들이 배제된 점에 대해서도 “관계기관이 표면적인 갈등 봉합에만 치중한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교육청은 강서구 특수학교 논란 이후 마련해 온 서울 특수교육 발전을 위한 추진과제도 이날 확정·발표했다. 4개 분야 16개 핵심과제에는 장애유형과 지역여건을 반영한 특수학교 재구조화, 장애·비장애 통합교육 강화, 학습권 보장을 위한 지원인력 확대 등이 포함됐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극적 합의
입력 2018-09-04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