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쏟아부었는데도… 성장률 0%대로 다시 ‘추락’

입력 2018-09-05 04:04
1분기 1%대 성장률을 회복했던 한국 경제가 0%대로 다시 주저앉았다. 투자와 내수 모두 추락하면서 기력을 잃은 모습이 완연하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 대내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면서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규모의 재정을 집행했지만 ‘약효’는 신통찮았다. 적재적소에 투입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등 재정의 경기부양 역할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18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치)’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6% 성장하는 데 그쳤다. 지난 7월 발표한 속보치보다 0.1% 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4분기 -0.2%에서 올해 1분기 1.0%로 반등한 이후 2분기 만에 0%대로 다시 고꾸라졌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8% 성장률로 정부와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2.9%보다 낮다. 올해 연간으로 2.9% 성장하려면 3분기와 4분기에 0.91∼1.03% 성장률을 기록해야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국제유가 상승 등 변수가 만만찮다.

특히 투자회복이 급선무다. 설비투자는 2016년 1분기(-7.1%) 이후 9분기 만에 가장 낮은 -5.7%를 찍었다. 투자 감소는 경기 전망을 비관한다는 뜻으로 가뜩이나 쇼크 상태인 고용과 소비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경기의 한 축인 민간소비 성장률 역시 1분기 0.7%에서 2분기 0.3%로 줄었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마저 먹혀들지 않아 짧은 기간에 회복이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다 정부소비 증가율이 1분기 2.2%에서 2분기 0.3%로 곤두박질쳤다. 2015년 1분기(0.0%) 이후 13분기 만에 최저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분기 정부소비 증가율이 워낙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일 뿐”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하면 1분기보다도 정부가 재정을 더 투입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늘어난 재정지출이 ‘경기 마중물’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소비의 성장률 기여도는 1분기 0.3% 포인트, 2분기 0.1% 포인트로 지난해 3분기, 4분기와 같다. 한국재정정보원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상반기 인건비 등 경직성 비용을 제외한 재정 조기집행률을 당초 계획(58%)보다 높은 62.1%까지 끌어올렸다. 최근 5년간 집행률 가운데 가장 높다. 5월에는 3조9000억원가량의 추경까지 편성했다. 그런데도 2분기 정부소비의 성장률 기여도가 하락한 것은 재정투입 효과가 먹혀들지 않는 걸로 풀이할 수 있다. 투입된 만큼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세수가 확보되지 않아 재정만 악화된다. 6월까지 누적 통합재정수지는 3조5000억원 적자로 지난해 6월보다 적자폭이 1조3000억원 늘었다.

정부는 기금운용계획 변경, 공기업 투자 확대 등 4조원의 재정 보강으로 하반기 경기를 부축할 계획이지만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미지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지출이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보전하는 일자리안정자금처럼 경기 부양이 아닌 정책 부작용을 보완하는 데 많이 쓰였기 때문에 확장재정 효과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재정을 추진하면서 나랏돈이 목표한 곳에 정확히 쓰이고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선임기자, 세종=정현수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