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자 “일단 버티기”… 수도권 공급 물량 여전히 부족

입력 2018-09-04 04:04
사진=뉴시스
올 전국 34만 7000여 가구 공급… 정부는 “최대치” 내세우지만 재개발·재건축 감소 뺀 수치
일관성 없는 정책도 한몫 ‘규제 강화’ 정부 압박에도 “언젠가 바뀔 것” 물량 안 풀려


“입주 물량은 풍부하다.”

국토교통부는 ‘8·2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부동산 공급 현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8·2 대책 때도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의 최근 주택 공급량은 예년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공급 여건은 안정적인 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매번 공급물량이 충분하다고 하는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해 정부와 미묘한 인식차를 보였다. 이 대표의 발언은 공급물량이 적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다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시장 반응과 맥이 닿는 부분이다.

정부가 편향된 통계를 제시하면서 아전인수격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국 입주물량은 34만7457가구로 2005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수도권 입주물량은 7월 2만5538가구로 지난해보다 4.4% 줄었지만 5년 평균은 30.6% 늘었다. 1∼7월 누적 입주물량은 17만4088가구다. 지방도 2만3569가구로 지난해보다 26.4% 감소했지만 5년 평균에 비해서는 7.1% 증가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인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입주물량에 허수가 많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재개발·재건축으로 철거한 멸실 주택에 대한 통계도 없이 수요만 억누르는 정책을 펴면서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국토부와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계산해 보면 지난해 서울의 순증 주택 수는 2만1424가구였다. 서울에서 새로 입주한 가구는 6만8782가구였지만 재개발·재건축으로 사라진 집은 4만7358가구였다. 5년 연평균 순증 주택 수는 4만6456가구였다.

지역별 선호도 역시 충족시키지 못했다. 통계청은 2016년 전국 주택보급률이 102.6%라고 했다. 주택보급률이란 단순히 전국 주택 수를 전국 가구 수로 나눈 것이다. 가구 수보다 주택 수가 많으면 주택이 남아도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지역별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서울은 96.3%로 꼴찌였고 수도권은 98.2%였다.

물론 과거에도 서울과 수도권의 공급물량은 100%를 밑돌았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데는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이 한몫했다.

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없애겠다며 규제라는 이름으로 수요 억제에 올인하면서 시장 혼란을 부추겼고 그 결과 주택 소유자들이 시장에 물량을 내놓지 않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부동산중개업자는 “보유세 인상을 논의하겠다고 정부가 밝혔을 때도 집값이 떨어졌는데 시장에는 물량이 나오지 않았다”며 “언젠가 정부가 정책을 바꿀 텐데 그때까지 기다리자는 심리가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임대주택 등록을 활성화하겠다며 내놨던 정책을 9개월 만에 수정하겠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새롭게 주택을 취득해 임대주택에 등록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세제 지원을 축소하겠다고 하면서 다주택자들은 세제 혜택의 막차를 타기 위해 웃돈을 줘서라도 부동산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자 기획재정부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섰다. 윤태식 기재부 대변인은 3일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시장과열지역에 한해 새롭게 주택을 취득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는 경우에 일부 과도한 세제 지원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후주택을 재개발하는 방식으로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5월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 주택 노후도 현황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2017년 1월 건축물대장 기준 서울 전체 주택 중 사용승인 이후 30년이 지난 노후주택이 37.2%에 달한다.

국토부도 8·27 대책에서 2022년까지 수도권 30곳에 30만 가구 이상을 공급할 수 있는 공공택지를 확보하겠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 협의가 완료된 일부 사업지구는 이달 중 위치를 공개할 방침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허수가 있다. 신혼·청년희망주택 등이 들어설 기존 택지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새로 개발하는 곳은 14곳, 24만2000가구 정도다.

세종=서윤경 정현수 기자 y27k@kmib.co.kr